(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은 고루하지만, 한마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적격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말들을 한다. 그 말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참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많은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말을 통하여 한 사람의 인성과 성품이 나타나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많은 말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또한 남들에게 선하고 아니면 악한 영향력을 얼마나 끼치며 살아갈까?

필자는 오랫동안 강단에서 많은 말들을 해왔다. 더구나 근자에는 700여명이 소속된 예술단체를 이끌어가며,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사나 축사의 말이 길어져 짜증스러워 했더니, 내가 그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아내의 지적으로 알게 되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즉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형편을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그것이 존중이며 배려이다. 왜냐하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 자체가 때로는 분명히 문제 해결이 되고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자주 경험하듯이 우리의 짐작과 당사자의 말이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물어야 하고, 당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경청해야 한다. 아무리 별것 아닌 듯이 보이더라도 당사자에게 심각하거나 중요하다면 그것은 결국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리하여 직접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 사람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똑같은 경험이라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이미 상대방을 아는 척하는 것은 비인격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들은 듣지 않고서도 상대방의 정체와 운명을 알아맞추려고 애를 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기를 죽이거나 미래를 막는 무서운 행위가 될 수 있으며 한 사람에 대한 완전한 주권은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근자에는 말이 많이 필요치 않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제 모든 말이 스마트 폰으로 통하는 인간과 도구가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도전적 의미의 <인간 매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즉 스마트폰은 인간의 몸(손)에 항상 붙어있는 눈과 귀, 그리고 입을 다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대체 육체이다. 흥미로운 것은 웹 환경에서의 글쓰기가 장문 위주였다면 스마트 환경에서는 단문 중심의 짧은 글쓰기가 우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혁명이 가속화될수록 문자에 대한 이해력과 해독력이 약화되고, 사용자들의 환경도 긴 호흡의 문장보다 짧고 간결한 글쓰기에 최적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식력의 약화는 결국 새로운 글쓰기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창작 방법들의 모색을 통하여 극복될 것인데 그 방향은 은유, 비유, 압축, 상징의 무슨 시적 글쓰기 형태가 되어 간다.

단문 문화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리 쉰 세대에게는 정신이 없다. 말없이 젊은이들의 문자판 두드리는 속도는 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로 일상화되고 있는 단문 문화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자로 길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 등으로 대신하고 줄임말이나 이모티콘을 통하여 글자 수를 줄이려는 의도적인 노력과 함께 메시지를 함축하기 위하여 요상한 단어나 언어유희가 폭넓게 사용된다.

이제 머지않아 말이 사라지고 단문의 문자만 오고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침묵은 금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니 되도록 삼가하라”는 등등의 말들은 이제 바꾸어야 하며, 강단에서 말로 살아왔던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