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요즘 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 성주에 미군의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으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정세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과 서민경제 몰락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핵심 권력층과 가진 자들의 온갖 불법과 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마치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무법천지처럼 느껴진다.

몰락한 나라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특권층으로부터 시작된 불법의 만연과 소수를 위한 악법의 시행이다. 작금의 세상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몰락한 나라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 불법과 악법을 타파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투쟁과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던 차에, 어떤 국회의원의 말을 뉴스에서 보고 희망을 발견했다.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의 특산물인 참외를 전 국민들이 1만원씩 사주자는 기발한 생각이다. 십시일반이라! 여러 사람들이 조금만 힘을 합하면 소수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그 국회의원의 말을 보고 생각해보니, 돈과 권력을 쥐고 무소불위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특권층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돈과 권력은 궁극적으로 돈과 권력으로 맞설 수 있다.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다수 참여하는 조합을 결성하여 재원을 확보하고, 국가기관이 상식에 부합하는 법 제정과 예산 운용을 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공평한 법과 투명한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한편으로, 언론 감시 및 대국민 홍보활동을 하는 전문가 집단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참여연대, 공익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의 공정보도를 감시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후원과 재능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안정적인 재원과 조직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조직이 각기 다름에 따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이 이들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의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안별 의제를 선정하여서, 이들의 지속적이고 심도 깊은 활동을 위한 재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양심적인 언론들과 공조한다면, 사회를 어지럽히는 특권층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참외를 전 국민이 1만원씩 사주면 된다는 국회의원의 말 속에 답이 있다고 보인다.

국민 중 300만명이 연 1만원을 조합에 납부하면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과 활동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진성 조합원 300만명이면 정당을 능가하는 국민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매년 300억원의 조합비가 모아져서 국가권력을 감시한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조합 결성이 과연 불가능할까?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70만명이고, 한국노총 조합원이 95만명이다. 조직이 확고한 이들 양대 노총을 축으로 각종 사회단체 및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면 300만명의 조합원 모집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자발적 모금에 언제나 많은 참여를 해왔다. 범사회적 모금행사는 차치하고,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 및 후원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위한 펀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네이버>의 소액기부프로그램에 매년 1백만명 이상이 50~60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얼마 전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종편 편파보도 퇴치를 위한 활동비 모금 안내를 했는데, 불과 2주 만에 수천만원이 모아지기도 했다. 정의로운 사회, 따뜻한 사회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염원이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담한 우리의 현실을 정치권과 재벌 등 기득권층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힘든 이웃을 돕는 것으로도 왜곡된 사회 구조를 바꿀 순 없다. 유일한 해법은 평범한 다수의 시민들이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 싸우는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의의 기치를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혁명이 아니겠는가!

연간 1만원씩 모아서 우리나라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평화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기적, 결코 헛된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심적이고 역량 있는 세력이 나서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염원이 모아져서 이 땅의 불의를 척결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