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말이 많으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도덕경』뿐만 아니라 많은 종교에서 가르치는 교훈이다. 법정스님도 삼소중에 구소(口少) 즉 입안에 말이 적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일상생활 중에 말이 많으면 그만큼 실수하기 쉽고 쓸데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말 많은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도(道) 같은 궁극적인 것에 대하여 말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 실재는 체험의 영역이지, 사변적으로 따지거나 논리적으로 캐내려는 지적 노력의 대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知的) 노력은 오히려 궁극 실재에 대한 체험을 불가능하게 한다. 구태여 말을 한다면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不言之敎)’을 가르친다고 했다. 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중심을 지키는 것’이 최고라고 했을 때 이게 무슨 뜻일까. 이는 궁극 실재에 대한 외적 표현에 치중하기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도의 깊숙한 본질적 차원을 붙드는 것, 외부로 나타내 보이지 않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도 그 자체의 내면적인 차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러나 이런 도의 자리를 우리의 ‘마음이 한가운데(心中)’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니 희로애락 등이 외부로 표출되기 이전인 미발(未發) 상태의 마음, 아직 흔들리지 않은 마음, 평정된 마음, 맑고 고요한 마음, 이런 마음을 유지하므로 온 우주가 그 속에 합일되고 주객이 일체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