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과정에서 제기된 질문이다. 협동조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국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끝없는 경쟁과 승자독식의 독점자본주의는 2007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냈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소비여력은 줄어들어 위기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뭔가 다른 대안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때 전 세계의 협동조합이 보여준 생명력은 놀라웠다. 협동조합 금융기관은 건재했고, 노동자협동조합은 단 한 사람의 해고 없이 위기를 이겨냈다. 그 후 유엔(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선포한 2009년 결의문에 따르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돕고, 이를 위한 각 정부의 법제 구축을 유도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 발효되었다. 이후에 지금까지 전국에서 10,000여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중 5%가량은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160년 역사를 가진 협동조합운동이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독점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해독제이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열망에 근거하고 있다. 돈과 자본이 중심이 되는 경제에서 사람과 상생을 위한 경제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은 무슨 이념이나 이론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자구책으로 만든 협동의 경제시스템이고 생활시스템이다.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경제시스템이 협동조합의 본질인 것이다. 대한민국 10,000여개의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어떤 필요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는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지속 가능한 경제조직이 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문어발식 독점자본주의의 해악에 대한 해독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90% 정도는 경제조직으로서 자생력이 의문시되고, 나머지도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반수도 안될 것 같다는 것이 대략적인 평가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사실상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급조된 조직들이 많다. 이러다 보니 막상 지원금이 끊기면 시장에서 자생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긴 시야를 가지고 시장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예산 배분을 중심으로 하향식 접근을 함으로써 거품만 잔뜩 키운셈이 되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8개 개별법에 의해 만들어졌던 농수축협 등의 조직과 유사한 접근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역사가 짧은 만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제 대안이 되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영역 전체를 포괄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영리법인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을 영리법인으로 규정한다면,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규정하는 포괄적 법률환경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향후 세제 관련해서 주식회사 등과 똑같이 규율받게 된다. 원천세나 부가가치세야 영리법인 여하를 막론하고 공통항목이니 논외지만 법인세가 큰 문제가 된다.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정의)에서는 1.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 3.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제1호의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비영리법인임을 명백히 하고 있는 이 규정 때문에 일반 협동조합은 마치 영리법인인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오해이다. 협동조합의 목표가 무엇인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고, 생산자와 사업자 조합원의 공동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며, 소비자 조합원에게 착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천성적으로 비영리조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재무제표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재 법인세는 영리 조직의 경우 2억원과 200억원의 과표구간을 기준으로 10, 20, 22%로 부과된다.

현재 농협 등 개별협동조합의 법인세는 9% 적용을 하고 있다. 향후에 협동조합에 주식회사 등과 똑같은 법인세 체계를 적용한다면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조직이고 사회조직이며 비영리조직이다. 그렇게 기능해야 하고 그렇게 운영되어야 한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협동조합을 하면 안 된다. 협동조합의 생태계가 경제 전체에서 10%,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경제의 체질이 확고히 강화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현격히 높아질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