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향후 정책방향과 속도를 가늠해볼 법률개정안과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5일 밤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 그리고 2018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인 25%를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의 정부안은 2000억원 초과 구간에 최고세율인 25%를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세 원내교섭단체 당들이 그 기준점을 3000억원으로 높인 수정안을 제출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재적 의원 177명 중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반대한 국회의원 명단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끼어 있어 논란이 일어났다.

정의당이 법인세 증세를 반대하는 것이냐는 비판이었다. 사실은 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찬성표결을 하기로 하여 가결이 분명한 상황이었으므로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자유투표방침을 정했던 것이다. 찬성, 반대, 기권표가 모두 나왔다. 찬성이유와 반대이유가 다 있었던 개정안이었다. 찬성의 이유로는 여전히 미흡하지만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해 현행에 비해 법인세수를 연간 2조 3천억원 증액했다는 점이었다. 반대 이유로는 당초 정부원안(과표 2000억 이상 25%, 대상 기업 129개)도 MB감세 철회에 턱없이 부족한데 수정안(과표 3000억 이상 25%, 대상 기업 77개)은 이조차 후퇴했다는 점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법인세 인상 반대 표결은 애초 정부안에서 교섭단체간 논의를 통해 과표 3000억원 이상 초거대기업에 한정한 인상으로 후퇴했기 때문에 반대투표를 한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이 성공하려면 복지증세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018년 총지출규모 428조 8339억원 규모의 예산안도 통과되었다. 여러 평가들이 있겠지만 교섭단체 3당의 밀실합의에 의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복지예산이 1조원 넘게 줄어들고 SOC예산 등이 조 단위로 늘어난 것은 구시대적 행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감액된 복지예산 중에는 건강보험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케어’를 뒷받침할 건강보험가입자 국고지원액 정부예산안중 2200억원 감액안이 포함되어 향후 문재인케어를 안착시키는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시행시기가 내년 9월로 늦춰지기는 했지만 아동수당 10만원 신설, 노인기초연금 25만원 인상된 것과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액 편성 등은 환영할 일이다. 주요 정당들의 대선공통 공약이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조기실시, 청년 실업 등 실업 급여 강화와 공공부문 정규직화 관련 예산 및 사회 서비스 일자리 증원과 질 향상을 위한 예산 증액 등은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무시되었다. 이번 세법 개정안과 예산안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증가하는 사회복지 수요와 재정 지출에 대한 요구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점과 예산안에 서민들 민생복지 예산 반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남은 기간 문재인정부의 재정전략에 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178조원 규모의 공약지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 42.3조원,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77.4조원,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7조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8.4조원, 지방 이전재원 및 제도설계 후 추진 42.9조원 등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우선 짚어봐야 할 것은 재원마련방안이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대선 공약 발표안과 당선 후 5개년 계획 발표안에 같은 수치로 들어있는 178조원의 마련 방안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선 공약 때는 세입확충방안으로 세법 개정 31.5조원, 탈루세금 확보 29.5조원, 세외수입 확대 5조원, 세출절감방안으로 지출 절감 92조원, 기금 여유자금 20조원 등이었다. 5개년 계획 발표시에는 초과세수 60.5조원, 세법 개정 11.4조원, 탈루세금 5.7조원, 세외수입확대 5조원, 지출절감 60.2조원, 기금여유자금 35.2조원 등이었다. 대선 공약 때 없었던 초과세수 60.5조원 항목이 새로 생겼다.

최근 세금이 잘 걷히면서 초과세수가 발생했는데 이를 새로 계획에 넣은 것이다. 초과세수의 행운이 계속 가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원안보다 축소되어 60조원인 지출개혁안 실행도 만만치 않고 SOC예산 축소가 주되는 내용임에도 이번 예산안처리에서 보듯 국회의 교섭단체 3당은 정부예산안보다 SOC예산을 오히려 늘리는 구태를 연출했다. 결국 지속적인 재원마련 문제의 핵심은 증세 문제이다. 증세관련해서 세법 개정과 탈루세금 확보를 통한 세입확충방안은 61조원에서 17.1조원으로 그 액수를 크게 줄였다.

4차산업혁명과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인간적인 최소한의 삶을 사회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촛불 직후인 현재 지도자가 크게 결단하고 국민적 대토론을 통해 보편복지제도의 도입을 목표로 한 보편증세의 대타협을 추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공약과 5개년 계획의 공약지출 계획을 비교해보면 일시적인 행운에 기대어 시대적인 과제가 뒤로 밀리는 모양이 우려스럽기 그지 없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지지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위해 거시적인 숙제를 풀어가는 지도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정치혁신의 열쇠인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해서 사람중심 사회를 보장할 수 있는 보편복지제도를 목표로 보편증세제도를 도입하는 큰 숙제를 마다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국민들을 위해 크게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