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싸움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사면초가의 수세에 몰린 항우는 28기 밖에 남지 않은 기마병을 이끌고 장강 북쪽 기슭에 도착하여 동쪽으로 오강을 건너려고 했다. 이때 오강의 정장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기다리다가 항우에게 말했다.

“강동이 비록 작으나 땅이 사방 천 리요. 백성들의 수가 수십만에 이르니 그곳 또한 족히 왕이 되실 만한 곳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얼른 건너십시오. 지금 신에게만 배가 있어 한나라 군사가 이곳에 온다 해도 강을 건널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항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데, 내가 건너서 무얼 하겠나? 또한 내가 강동의 젊은이 8,000명과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었는데, 지금 한 사람도 돌아오지 못했거늘 설사 강동의 부모와 형제들이 불쌍히 여겨 나를 왕으로 삼아준다고 한들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대하겠나? 설사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며 정장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후덕한 사람임을 알고 있다. 나는 5년 동안 이 말을 탔는데, 이 말에 대적할 것이 없었으며 하루에도 천 리를 달렸다. 내 차마 이 말을 죽일 수 없어 그대에게 주겠소.”

항우는 기병들로 하여금 모두 말에서 내려 걷도록 하고는 손에 짧은 무기만을 들고 싸움을 했다. 이때 항우 혼자서 죽인 한나라 군사가 수백 명이었다. 그러나 항우도 10여 군데 부상을 입었다. 항우가 한나라 기사마인 여마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예전에 내 부하가 아니었더냐?”

그러나 여마동은 왕에게 이가 바로 항우라고 했다. 이에 항우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한나라 왕이 나의 머리를 천금과 만호의 읍으로 사려고 한다 하니, 내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리라.”

그리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면(面) 자는 눈과 얼굴을 두드러지게 그린 사람의 얼굴 모습이다. 얼굴과 눈은 남에게 보여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사람의 됨됨이 혹은 체면을 말한다.

체면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다면 됨됨이가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