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요즈음 우리, 특히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진짜로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 정치권에서는 일자리가 늘고 구조조정을 통하여 경제적 안정을 이룰 거라 말하지만- 50여 년 전 그러니까 1960년대에는 대다수의 국민이 절대 빈곤 속에서 살았다. 반면 지금은 경제적 격차는 심하지만 그때에 비해 절대 빈곤층은 거의 사라졌다. 빈곤 탈출보다 경제적 균등이 더 중요한 목표라면 지금보다 그때가 더 바람직한 세상이고 그리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쌍둥이라도 성격은 확연이 다르니- 마찬가지로 개인의 능력이나 소득, 부의 크기도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모나 성격이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소득과 부의 차이는 커다란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인류 역사상 모든 사람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한 시대는 없었으며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제적 격차에 대한 인간의 본성은 여러 가지일 것이나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처럼 가진 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 등 부정적 사고이고, 다른 것은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부러움의 긍정적 사고 등으로 두 가지 본성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 디턴 교수는 인간의 본성이 부러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제불균 등 문제를 부의 분배가 아닌 빈곤 탈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격차가 아니라, 경제적 발전하고, 전체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빈곤층이 줄어드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격차가 커지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이 부자에 대한 부러움이 사람들에게 더욱 열심히 노력, 일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디턴은 부자에 대한 부러움이 빈곤탈출에 필요한 에너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원조와 복지라는 이름으로 빈곤층의 탈출 본성을 짓밟고 있다.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진국의 많은 원조를 받아도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은 경제적 격차를 바라보는 주류사상에 의해 결정되며,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부러움이 경제사상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부자에 대한 배 아픔을 바탕으로 한 경제사상이 더 널리 퍼지고 있다고- 부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를 바탕으로 한 사상은 이론 구조가 단순하고 감성적으로 대중들을 쉽게 매혹시키는 반면 부러움을 중심으로 한 사상은 이해하기 어려워 대중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어찌 됐든 돈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는 확연하다. 유교문화가 지배한 동양에서의 돈은 필요악이었다. 사·농·공·상이 말해주듯 돈을 다루는 장사는 가장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으며, 따라서 공자는 정의롭지 못한 재화를 뜬구름처럼 여겼다. 또한 맹자는 양혜왕에게 “어찌 꼭 이익만 얘기하느냐(何必曰利)”고 면박을 주었으며 “부자 가운데는 어진 사람이 없고, 어진이가 되려면 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말했다. 돈의 속성이 정의와 관용, 평등과도 거리가 멀다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반면 서양인의 돈에 대한 인식은 그리 야박하진 않을 것 같다. 고리대금업이 성행했던 중세에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는 말이 나돌긴 했지만 서양인에게 돈이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이중적 감정이 작용한다.

칼 마르크스는 돈, 즉 화폐가 가지는 물신성을 비판하였지만, 막스 베버는 깨끗한 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표상이라고 치켜세웠다. 나라를 빼앗긴 유대인들이 돈벌이에 적극 나선 것을 돈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개인과 민족에 영예를 가져다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어려운 현실! 노력하면 해결이 될까? 돈은 바보라도 모을 수 있지만 쓰는 데에는 탁월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황금에 눈이 어두워 모으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가치관은 멀리한 체 쓰는 여유와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고, 자신은 물론 가족 및 주위나 사회에 피해와 함께 망신까지 당하게 됨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안 되는 일이 없으며, 못할 일이 없다. 천한 사람도 귀하게 대해준다는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도 있듯이 돈, 돈, 돈이 최고야! 모든 일에 돈과 연관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일반 서민은 물론 정치인, 종교인, 공무원, 선생님, 사장님도 돈 앞에 초라해진다. 우리같이 시골에 거주하는 연예, 예술인, 언론인은 더욱 심하고 심지어 재벌이라는 사람들은 리베이트니 비자금, 차명계좌, 심지어 복지를 위한 기부, 모금한 돈에도 손이 뻗쳐 정신이 없다. ‘돈타령’가요는 흥겹지만 죽어도 돈벼락 맞았으면! 가정이 파탄 나도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현실이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