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때 말 잘하기로 소문난 소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가 귀곡 선생에게 학문을 배우고, 제후들에게 유세를 하기 위해 진(秦)나라에 가 혜왕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이 빠져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농사나 열심히 지으라던 가족들의 냉대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던 아내는 본체만체 내려오지도 않고 부엌에서 밥을 짓던 형수도 밥을 차려줄 생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부모님들조차도 피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소진은 혀를 깨물어 가면서 밤이 새도록 자신의 이론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조나라를 위시해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되어 금의환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소진이 낙양으로 온다는 소문이 전해지고, 부모님은 집안을 청소하고 밖의 길을 쓸어놓고 30리 밖에 나와 아들을 기다리고, 아내와 형수는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길 옆에 엎드려 연거푸 절을 하면서 소진을 맞이하였습니다. 소진은 꿇어앉아 어쩔 줄 모르는 형수를 보고 웃으며 물었습니다. “형수는 왜 전에는 모른 체 하더니, 지금은 이처럼 비굴하게 구십니까?” “그야 아주버님의 지위가 높고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소진은 그 말을 듣고 탄식했습니다. “아, 사람이 가난하면 부모도 자식으로 여기지 않고, 부귀하면 친척도 두려워하니,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지위가 높고 부귀하게 되는 것을 어찌 가볍게 여기겠는가?”

인의(人義)는 盡從貧處斷이(진종빈처단)이요 世情(세정)은 변향유전가(便向有錢家)니라. 사람의 의리는 다 가난한 데로부터 끊어지고, 세상의 인정은 곧 돈 있는 집으로 향하나리라.

-명심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