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유사 이래 동양과 서양의 비교와 차이점에 관한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서양인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연을 공격하는 그리고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왔다면, 동양인은 자연에 순응하고 그곳에 묻혀 순리적으로 적응하며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우리 조상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자연과 대화를 통하여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으니-

하늘과 땅, 해와 달, 구름과 바람과 비, 언덕과 바위 등과 모든 식물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특정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자연의 위대한 질서를 배우고 그 속에서 행동과 삶의 원천을 찾아내려 했다. 한 마리의 동물이나 곤충,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 꽃, 새 등 모두가 길흉화복의 의미와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우리 조상들은 그것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였고 그 뜻을 누구에게나 전달하고 공감하게 하였다.

연못가 돌다리 난간에 새겨놓은 붕어가 뜻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고 장원급제한 어사가 머리에 공작깃을 꼽는 것이 무슨 뜻인가도 알고 있었다. 임금님의 흉배에 수놓은 용을 감히 다른 관리가 탐하지도 않았다. 용은 바로 임금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마치 오늘날 빨간불, 녹색불, 황색불을 보면 그 의미를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당연하게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문화의 원천을 자연에 내재돼 있는 일상적인 질서에서 찾아질 수 있으며 한국이라는 환경은 그와 같은 자연적인 질서를 통하여 숙성했고, 울의 심성과 생활은 그 토양에서 뿌리를 내려왔다.

자연과 인간은 그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 자연에 대한 의미를 일상생활에 그대로 이입하여 사용함으로써 장수, 도딘안, 부귀영화, 화목, 자손, 병사에 대한 바람을 표현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되었다는 우리 고장 전북, 내놓라 하는 대기업체도 수만 명을 채용하는 공장도 회사도 없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현대로선 넥솔론 등도 보따리를 챙겨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니 공업화에서 뒤떨어지고 소득 또한 전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우리 고장! 그야말로 마음이 아프다. 이것이 진정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금권의 노예가 되어 자연에 대한 높은 이익과 관심은 떨어지고 눈앞에 개발이니 투자유치니 하여 깨끗한 환경과 자연마저 망가뜨린다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될 것이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자연적, 인공적,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획기적인 의·식·주의 개선과 문화생활의 향상으로 우리들의 사고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첨단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의 상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 차원 높은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도 또한 크게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과 계절,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기온과 색채, 주위 여건이 바뀌며 우리의 표정, 의상까지도 바뀌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상적이어서 누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니-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과 풍물이나 식물 등 삼라만상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엄연한 자연법칙이고 순리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경우에는 무질서한 혼란과 비정상의 착오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우주의 질서가 위협받게 된다.

자연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탈바꿈을 의미하기도 한다. 탈바꿈이란 곧 발전을 말하는 것이니 낮과 밤의 탈바꿈이 인류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이것이 모이고 쌓여 문화와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 찬란한 업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굼벵이가 탈바꿈을 하여 한 차원 높은 매미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도둑질하며 마음껏 이용하다가 죽는다. 평생 동안 자연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은 잘 산다는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수세기 전 루소(Rousseau)는 말했다. 그리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고 교육심리학자 프로이드(Freud)는 주장했다.

첨단과학문명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으나 자연이 주는 위대하고 엄청난 혜택에는 비교가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