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 보며 지난 한 해를 반성해 본다. / 말씀 안 들어 부모님 속 썩이고 아파서 학교 쉬던 날 / 나를 위해 얼마나 걱정하셨나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 짝지와 다투고 먼저 토라졌던 일거리에 자선냄비 그냥 지나쳤던 일 / 키는 한 뼘이나 컸는데 생각은 늘 그대로 모두가 후회스럽고 잘못한 것뿐 / 내년에는 다시 안 그래야지 착한 아이 되어야지 / 한 장 남은 달력을 가만히 쳐다보며 지난 한 해를 생각해 본다. / 지난 한 해를 생각해 본다 지난 한 해를 생각해 본다. 선용 작사, 정윤환 작곡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정유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무술년이 저 만치서 기다리고 있다. 금년 한 해를 생각해보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굴곡이 있었던 1년인 것 같다. 국정농단에 항거하는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 되었고, 그로 인하여 문재인 정부가 탄생되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사드배치는 강대국들의 염치없는 싸움판이 되어 국민정서를 분열시켰으며 아직까지 그 여파는 대단한 폭풍으로 와 있다.

금년 초, 아직도 기억되는 건 박 전 대통령의 유머가 생각난다. 필자도 한 참을 웃었던 유머였기 때문이다. 청와대직원들과 여당 사령탑들의 신년오찬 자리에서 말했던 유머이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나 끝에 가서는 그 계획들이 물거품 되는 것에 대한 답변으로 작심삼일을 이야기가 오갈 때 ‘그런다면 3일 후에 계획을 계속 세우면 되지 않느냐’는 박 전 대통령의 이야기였고 이에 참석한 모든 대중은 폭소를 자아냈었다.

한 해를 생각해 보면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도 그랬고, 사업상 자신만을 위한 이익 때문에도 그랬고,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 가졌던 것 때문에도 그렇다. <법구경> 에 이런 법문이 있다. “물에서 잡혀 나와 땅바닥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마음은 항상 팔딱거립니다. 악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생의 마음은 경솔하고 갈피를 잡지 못해 늘 번뇌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악귀의 영토’란 번뇌의 세계, 윤회의 세상을 의미한다. 방황의 삶에서 자유로움을 얻고자 하면 우리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비워야한다. 비우고 깨끗이 닦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연말이 다가오면 12월 25일부터 말일까지 한 해 동안 서운한 감정의 끄나풀이 남아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먼저 걸러 서로 이해하고 만나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면서 풀어버리고 있다. 그래야 새해가 희망차기 때문이다. 무언가 걸려 있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애증은 구겨진 종이처럼 좀처럼 펼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무협지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무협지의 줄거리는 주인공이 이인을 만나 신기한 무공을 배우고, 뭇 여인의 사랑을 받으며, 부모나 스승의 원수를 갚아가는 과정이다. 대개가 다 그렇다. 요즘 들어 우주나 인간 세상에는 인과의 이치가 주도함을 알고는 무협지의 내용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다. 주면 받고 받으면 주어야 하는 이치가 인과의 이치이다. 이러한 인과의 이치를 모르고 살면 애증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범부의 세계로 살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살아가야 한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송구영신의 본질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였던 이면우 박사의 W이론 중에 영안실 이론이 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안치실 속의 시체라 하였다. 시체는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다. 하루하루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체와 같은 것은 것이라 하였다. 1960년대 대중의 스타였던 밥 딜런이라는 가수는 “지금 당장 헤엄치지 않으면 당신은 돌멩이 같이 물속으로 빠질 겁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월이기 때문에”라고 노래하였다. 반복되는 언행은 영안실의 신호이다. 남녀가 데이트를 하는 경우에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순서가 판에 박힌 듯 일정하다면 과연 마음이 설레겠는가? 아마도 상대방은 다른 상대를 찾기 시작할지 모른다. 매일 만나는 사람의 생각이 비슷하고 변화가 없다면 대화는 생동감이 떨어지고 잡념이 생기고 이야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데이트 기간 중에 벌써 권태기가 오는 것이다.

물도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어 있다. 그러나 생수가 흘러 나와서 더러운 물을 흘려보내면 언제든지 맑고 깨끗해진다. 이것이 물의 송구영신이다. 또한 정치도 묵은 정치와 널리 이행되지 못하는 법(法)은 모두 폐지한다거나 다 치워버리고 국민들이 환영하는 새 법으로 시행하는 것은 정치의 송구영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정치는 전진보다는 후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거기에 따라 세상은 급물살처럼 변화해 가는데 우리의 정치는 과거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순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이순신 정신은 첫째 충성의 정신이요, 둘째 위공망사(爲公忘私)의 정신이요, 셋째 굴기하심(屈己下心)정신이요, 넷째 무아봉국(無我奉國)의 정신이다. 나라를 위하여서는 명리를 초월하였고, 정견(正見)을 굽혀 아첨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위해서는 공(功)을 몰라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거듭 박해를 당하였건만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다.

또 자신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욕망을 버리고 나아가 그 공을 이용하여 국사를 바르게 하였고, 나라를 위해서는 지위 상하를 불문하였으니 이는 국민을 위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사표가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가운데 나쁜 습관은 좋은 습성으로 모든 업장은 새 선업으로 바꾸는 것이 사람의 송구영신이다. 명예와 권리를 쫓아다니는 것은 한 때의 꿈과 같다. 겉으로는 무엇인가 하는 것 같이 말로써나 글로써나 훌륭한 사람 같이 보이나 사실인즉 그를 역이용하여 세상을 기만하고 사람을 착취하는 도구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명무실한 사람이 되지 말고, 알맹이가 튼실한 종자 같은 사람으로 변화해서 자기를 완성하고 세상에 유익을 주는 실다운 인물로 거듭날 것을 서원하는 송구영신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