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찰에서나 법회는 『般若心經·반야심경』독송으로 시작된다.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마 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마하는 크다, 반야는 지혜, 바라밀다는 彼岸·피안(저언덕)으로 간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대승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사상의 진수를 담은 경이다.

피안은 더럽고 모진 속세를 일컫는 차안의 반대되는 말로 천국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크고 슬기로운 마음에 관한 경전이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五蘊·오온이 空·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느니라.」

반야심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空’자는 빌공, 허공, 허무의 공으로 비어있음이 ‘덧없음’의역되면서 불교가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종교라는 편견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공은 비어있다가 아니라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오직 인연에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에 의해 사라진다는 緣起·연기와 같은 말이며 ‘오온이 공하다’는 구절은 인간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필연적인 불완전성에 관한 지적이다. 오온은 色·색(대상세계), 受·수(느낌), 想·상(표상), 行·행(의식작용), 識·식(분별과 판단)으로 이어지는 인식구조를 가리킨다. 오온이 공하다는 건 오온에 실체가 없다는 뜻이고, 오온으로 파악한 세상은 각자가 지닌 오온 안에서만 옳을 뿐이다.

空觀·공관은 이러한 흐름에 대한 사유다. 이것에 매몰되면 저것에 몽매해지는 법이다. 돌고 돌고 돈다는 순환의 원리를 내면화하면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오판을 줄일 수 있다. 단순하고 질박하게 사는 자에게 극락은 멀지 않고 심지어 실재한다. 마음에 걸림과 쓰라림이 없을 때다. 나를 비움으로써 비로소 나는 완성된다. 공의 적절한 실천은 「내려놓음」일 것이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러므로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