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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제1의제도 적폐청산이다

익산시민 유 성 무

저물어가는 2017년을 돌이켜보다가 문득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2017년 우리 국민들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의 지혜로운 은자(隱者)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쳐줬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의 존재이유가 이 세 가지라고 했다.

생각건대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했던 것 같다.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면서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현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어지는 사회! 우리는 존재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그 원인을 그릇된 정치에서 찾고 촛불혁명의 대열에 동참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2017년처럼 다사다난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북한 핵개발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마침내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박근혜 정권과 연루된 적폐세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구부패세력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을 빙자한 국고탕진, 국정원 대선 개입 등 정권 차원의 비리 정황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말도 많았던 BBK, 다스 등 이명박 개인 차원의 의혹들도 구체적인 정황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관련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의 국정농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태가 전개될 것이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자가 5년 동안 나라를 결딴낸 것도 모자라서 국정농단사태를 일으킨 박근혜 정권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이명박 혼자가 아니라 수구세력의 일사불란한 결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국가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숙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9년 동안 100조 원을 상회하는 엄청난 국가재정이 이들에 의해 날아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어지간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돈을 탕진해버렸는데도 이에 대해 변변한 수사조차 없었다는 것이 불가사이하다. 이들을 구조적으로 비호하면서 주구노릇을 한 세력들이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공기업에 만연한 채용비리 실태가 드러났다. 흙수저 출신 청년들은 취업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데, 실력보다 연줄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 어느 곳보다 기회가 공평해야 할 공기업에서 ‘그들만을 위한 잔치’를 질펀하게 벌이고 있었으니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국가 전반에 이런 비리가 만연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 사정기관, 언론이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만 급급한 정치권, 힘 있는 자들의 눈치만 살피는 사정기관, 수구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9년 난정(亂政)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이 바로 세워야 대한민국 국민의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에서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왜곡하면서 적폐청산의 동력 약화를 기도하고 있다. 그들이 보이는 적반하장의 태도는 박근혜-최순실을 비롯한 과거 적폐정권의 몸통들과 무엇 하나 다를 바가 없다. 그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역사와 국민을 우롱한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엄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적폐를 뿌리 뽑고 정의로운 미래로 나가야 할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촛불정신을 공유하면서 연대하는 시민’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선을 가로막는 적폐세력을 뿌리 뽑는 것’이다. 이 세 가지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음을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근본을 튼튼히 하면 지엽적 문제가 저절로 해결됨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한 해 동안 나의 졸문을 읽어주신 주간소통신문 독자제현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2018년에도 우리 모두 정의로운 역사의 장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촛불혁명의 초심을 견지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참된 일꾼을 찾아볼 수 있도록 바른 보도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주간소통신문에 대한 시민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