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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며칠 후면 꽃피는 춘삼월(음력)인데 날씨는 싸늘하다. 계절이 바뀌는가 싶더니 해가 바뀌고, 쉼 없이 세월은 흘러간다.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자연이 주는 혜택이 무궁무진하며, 복 받은 나라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계절과 주위 환경의 변화는 부푼 꿈과 희망을 주며 가슴이 설레고 우리들의 마음도 변하게 되니 사계절의 의미는 실로 크다 하겠다. 남쪽에서 전해오는 꽃소식은 동백, 매화, 산수유, 벚꽃, 개나리 등 북쪽을 향하여 올라간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전군도로의 만발한 백리 벚꽃길을 생각하면 우리 고장의 자랑이요, 자존심이기도 했었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은 곧 역사가 될 것이니 지난날의 전군도로는 일제의 식량 착취를 목적으로 한 잔인한 길이었다면 작금의 이 길은 전북도민의 역사를 이끄는 길로 바뀌고, 그 이름도 번영로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 길은 벚꽃이 만발하여 전국적으로 꽃길의 명소가 되기도 했으며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상춘객이 만원을 이루었다. 전주에서 익산, 군산으로 이어지는 총 길이 46.4km의 길은 원래 2차선으로 포풀러와 풀라터너스가 서있어 하늘을 지르고 터널을 이루어 장관이었으나 6·25 전란으로 많은 나무가 상처를 입었고 그후 1975년에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가로수는 없어지고 도민의 뜻을 모아 왕벚꽃나무로 바뀌었다. 국비와 도비 시·군비 등, 특히 재일 관동지구 한인들의 성금도 일조하여 총 6,928그루의 왕벚꽃나무는 잘 자라서 오랫동안 도민은 물론 전국 각지의 상춘객들에게 백리 벚꽃길로 사랑을 받았으나 지금은 각종 개발과 사고, 매연 등으로 인하여 그 화려했던 벚나무는 노송으로 변하더니 고사 직전에 이르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필이면 전군도로에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웬 말이냐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벚꽃의 원산지는 원래 우리나라의 제주도였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봄이 찾아와 며칠 동안 따뜻하더니 또 추워진다. 요즘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말한다. 아마도 막 피어나는 꽃들을 샘내서 겨울이 시기한다는 뜻으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생각되며,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추위가 요즘 추위일 것이다.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추우면 다음에 농사도 문제이거니와 궂은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걱정하시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입춘 뒤에 눈이 오면 흉년이 든다는 말씀도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꽃샘추위는 모두 다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계절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사회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이나 새롭게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짓밟아 버리려는 못된 습성의 어른들이 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바로 ‘꽃샘’의 심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웃과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풍습이 우리 주위에 만연돼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상대의 조그마한 약점을 침소봉대하여 물고 늘어지고 상대의 업적을 과소평가하며 자신이 최고인양 호도하는 습성도 문제다. 상대를 헐뜯는 언어의 난무, 입증하기 힘든 혐의를 내세워 상대를 흠집내는 행위 등 이웃과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며 살아가는 풍습이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시민보다도 더 강하지 않나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겨울이 새롭게 태어날 꽃과 새싹을 아무리 시샘한다 해도 머지않아 꽃은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며 우리는 그 향기를 만끽할 것이다. 많은 꽃과 새싹이 꽃샘추위에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지 않는 꽃과 새싹이 더 많을 것이니- 얼마나 희망적인가? 이제 혼탁한 선거 열기가 사라지고, 무사히 선거가 마치게 되면 남을 시기하고 비방하는, 풍습도 사라졌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고장이 희망이 넘치고, 이 찬란한 봄날의 꽃향기로 가득했으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