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강대국들의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질서가 요동치는 중이다.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향후 펼쳐질 세계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도 불투명하다.

대외 환경의 변화는 남북 대치 속에서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하는 특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과 기회를 주면서 중대한 국가적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 화해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민주화와 사회정의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기술적 기반 확충 등의 개혁을 빠르게 진행해야만 우리나라가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자주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국가적 중대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국론의 분열과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사람들마다 세상을 보는 방법과 문제해결방법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의견에는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개입된다. 따라서 국가적 의제에 대한 의견은 백가쟁명식일 수밖에 없으며,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의견은 바람직하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가 개혁 과정에서 당면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국정을 책임지는 세력들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최적화된 대안을 평가하고 국가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고 생각된다. 이들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 표출 및 조율을 하지 못하면 국론 분열을 피할 수 없으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즉 국론 분열은 일부 세력에 의해 조장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책임주체들의 무능 내지 독주로 빚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국론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나는 그 시작점이 현상에 대해 사실에 기초한 정보 제공이라고 본다. 국가구성원들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하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상호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래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소통이 가능하며, 소모적인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상의 거의 모든 분열과 갈등은 사실관계의 불명확성으로부터 나옴을 알 수 있다. 서로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현상을 불러일으킨 원인들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각자의 입장에서 모색하고 협의함으로써 소통을 통한 합의와 다양한 대책수립이 가능해진다. 즉 분열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중되며, 통일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툭하면 국론이 분열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 주된 원인은 사실관계에 대한 불신이라고 본다. 사실 앞에서는 이념적·지역적·세대적·계층적 차이가 힘을 쓸 수 없다. 국가안보와 민생안정과 복지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 앞에 어찌 보수와 진보, 여야, 남녀노소, 지역이 각자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국론이 분열되는 이유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공유하면서 절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 수 없는 구조적 병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회정의 실현은 고사하고 약자만 계속 희생되는 약육강식의 법칙만 작동할 것이니, 결코 국론의 건전한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국론을 모아서 국가적 방향을 결정해도 시원찮을 판에 허구한 날 갈라져 싸우고만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국정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국민들과 정확하게 공유하면서 해법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과 전문가 집단들이 이를 검증하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깨어있게 이끌어갈 때 비로소 국론은 분열되지 않는다.

세상은 19세기 때처럼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쟁, 종북 타령, 지역 이기주의,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패 의혹, 말뿐인 경제민주화, 약자들의 한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의 되풀이를 막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국론을 모아서 국가적 역량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론 분열이라는 공허한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문제인식의 공유와 소통을 통한 다양성의 조화로 온 국민이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국론을 모으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