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백낙천이 조과선사를 항주 태수로 부임하여 만나게 되었다. 승려의 이름은 본래 道林이다. 그러나 높은 나무 위에 앉아서 선정을 즐겨 사람들은 그를 조과선사라 불렀다.

백낙천이 조과선사를 찾아 나섰다. 듣던 대로 조과선사는 높은 소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반쯤 눈을 감은 채 위태롭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당대의 천재라는 칭송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백낙천의 눈에 조과선사는 그저 이기한 것을 좋아하는 나이 많은 승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먼 길을 달려온 것을 후회했지만, 이왕 온 길이니 말이나 섞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선사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렸다.

「그대는 누구신데 나무 아래에서 서성거리는 것이오?」 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님이 도가 깊으시다는 소문을 듣고 불법의 정수를 묻고자 달려온 항주 태수 백낙천이라 하오.”
「그대가 헛소문을 들은 모양이오. 이 늙은이에게 불법의 정수 따위는 없소. 괜히 헛 걸음을 하신 듯 싶구려.」

백낙천은 태수인 자신을 무시하는 듯 보이는 조과선사의 태도에 발끈해서 말했다.

“어허, 그나저나 나이 드신 스님이 어떻게 그리 높은 나무위에서 지내신단 말이오? 제자나 후학들이 스님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해서 어디 밥술이나 제대로 뜨고, 눈이나 제대로 붙이겠소? 기이한 행동으로 괜히 사람들을 현혹하고 고생시키는 짓은 그만두고 안전한 땅으로 내려오시는 게 어떻겠소?”

조과선사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찬찬히 말했다.

「땅에서 생활하며 영리와 모함이 그득한 벼슬길에 나온 그대보다는 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내가 더 안전할 것 같은데. 그대 생각은 어떻소?」

말문이 막힌 백낙천이 옷깃을 여미며 진심으로 다시 물었다.

“스님, 저는 스님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지녀야할 한 말씀을 듣고자 먼길을 달려왔습니다. 제게 한 말씀만 들려주시지요.”

그러자 조과선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諸悪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아무리 작은 악일지라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다 행하라.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보통사람이면 누구도 알만한 평범하고 흔한 한마디에 백낙천이 크게 실망하여 말했다.

“스님, 그건 세 살 먹은 아이도 하는 말이로군요.”

조과선사가 예상했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요.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지만, 팔순노인도 실천하기엔 어려운 말이라오.」

백낙천은 크게 느낀 바가 있어 이후 가까운 사람들과 상생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며 좌선정진 수행하며, 말년에는 18년 동안 향산에 머물면서 스스로 향산거사(香山居士)라 칭하며 인생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