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중턱에 가면 도라지 꽃밭이 있다
종일 같이 앉아 돌똘히 생각이 깊던
두어 평 환한 자리가 요즘 너무 짠하다
남지나 뱃길 앞에 맞바라기 터를 잡고
열여섯 분이누이, 그 모두를 지켜봤을
길 잃은 반쪽 꿈들을 기다리고 있는 꽃
흰 뿌리가 밀어올린 멍 빛 진한 꽃잎은
한 생의 아리고 쓰린 쪽빛 저고리고름
무명천 속곳을 닮은 이 땅을 움켜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