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기술혁신으로 인하여 역사상 그 어떤 때보다 소통이 쉬운 시대가 됐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으로 ‘소통의 부재’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을 위한 기술적 장벽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소통의 부재는 결국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부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오해와 갈등을 만들고, 사회의 신뢰를 잠식시켜서 삶을 짓누르는 원인이 된다. 소통이라는 말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국어사전에서 소통(疏通)을 정의한 것이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의 교류(행위)와 이해(결과)로 요약된다. ‘소통’은 영어 communication을 번역한 것이다. communication은 ‘communic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이 말은 ‘공유한다’ 또는 ‘함께 나눈다’는 의미다. 공동체(community)도 이 말에서 나왔다. 라틴어 접두사 com과 con은 ‘함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통 우리가 ‘내용물’이라고 이해하는 contents는 con(함께)과 tent(포함된 물건)가 결합된 단어다.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대상’이란 의미다. 통상적으로 ‘상거래’라고 번역되는 commerce는 com(함께)과 merce(상품의 취급)가 결합된 것인데, commerce가 과거에는 ‘(사회적)교섭 또는 교류, (의견 등의)교환’의 의미로 사용됐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인 상식(common sense)과 기독교에서 여러 사람이 예수의 살과 피를 공유한다는 성찬식(communion)도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로 통신, 전달 등 좁은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소통은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살아가는 구체적 방법으로서 고도로 추상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개념이다. 만물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야,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면서 안정을 이룸과 동시에 창조적 무질서를 거쳐서 진화할 수 있다. 즉 소통은 안정과 진화가 이뤄지는 작동원리라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소통의 부재는 곧 사회의 무질서와 쇠퇴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성장하면서 인터넷 마케팅의 전략적 개념인 ‘4C’가 나왔다. 4C는 contents와 communication으로 community를 형성하고 강화하면서 commerce를 유도해야 하며, 4개의 C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서로를 강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이 중 communication이 인터넷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인터넷 소비자와 기업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용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하여 핵심가치를 발전시키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소통을 통한 가치 공유’가 인터넷 생태계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통찰이다. 이 통찰이 어찌 인터넷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사실은 현실세계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소통의 가치는 ‘신뢰를 통한 공유’에 있다. 소통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며, 신뢰가 없으면 공유도 없다. 소통이 없으면 가치 있는 물질적·정신적 대상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형성되지 못한다. 공동체의식이 없으면 구성원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거래가 일어나기 힘들다. 활발한 교류와 거래가 지속되지 못하는 공동체는 쇠퇴일로에 이르게 된다. 반면에 소통이 활성화된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교류를 통하여 더 가치 있는 공유대상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하여 공동체는 더 확대되고, 더 많은 소통으로 교류가 활발해지는 선순환과정을 겪게 된다. 이는 동서고금 그리고 온-오프 라인을 막론하고 인간세상의 모든 곳, 특히 경제 분야에서 통용되는 법칙이라고 하겠다. 소통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쉽지 않다.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아집과 무지, 교만에 있다. 내 기준만 고집하거나, 상대 또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교만함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진정한 소통의 추구는 공유를 통한 상호발전을 원하는 진심과 발전을 위한 대안을 충분히 준비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진심과 자신감이 있으면 유연해진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설득하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면서 서로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아서 갈등을 풀고 전진하게 된다. 결국 소통과 불통은 마음가짐의 문제다. 소통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사다. 불통으로는 정치 개혁도, 경제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사회적 안정과 문화 창달도 요원하다. 따라서 불통하면서 발전을 논하는 것은 위선과 독선이자 폭거다. 우리 모두가 소통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실천할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