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익산지회장 김 영 규

하루하루를 쫓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손 쉬운 일 같지만은 꽤나 어렵게도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탓이다. 그러다보니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옛말에 하늘은 녹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다던가.

세상사는 빈틈없이 짜여진 숙명 앞에 제각기 필요를 전제로 하여 생산되고 조물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먹고 살기에는 평야가 산보다 유익하다 하겠으나 지구가 판유리처럼 평평하다면 그 얼마나 싱겁겠으며, 반대로 높은 준령과 깊은 계곡만 있어도 안 될 것이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그래도 불합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과 요구 되는 것, 적재가 적소에 쓰여진다는 것, 이런 것들이 아주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고, 흔한 일이면서도 드문 일인가 한다.

영겁으로 통하는 역사위에 변모하는 세상이 있고, 거기에 나그네처럼 다녀간 인총이 얼마나 많겠는가마는 지구라는 커다란 여관에 길손처럼 묵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가버린 조산의 얼굴. 살아서 금의와 권력을 한 몸에 지닌 자의 흔적으로 능선에 거북이처럼 버티고 있는 무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이고, 거기에 귀 기울여 우리는 무엇을 들었는가.

세상에 남겨진 사람의 이름, 이름을 남기고 가기 위해 발버둥친 역사의 자취를 바라볼 때나, 뜬 구름과 같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친 그 힘겨움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 도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행길에 바위에 새겨 놓은 추한 이름, 산사의 깨끗한 벽에 그러진 욕된 글씨 등, 모두 생애에 무엇인가 이 땅 위에 보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인간의 욕망 앞에 나라고 다를 리 없지만 석자 이름 찍힌 신문을 친지나 찾아온 손님에게 보아 달라고 돌리는 그런 마음이나, 돌난간에 손등을 찍히며 이름을 새기는 이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겠다. 그러나 역사는 분명히 선을 그어준다. 성스러운 자의 그림자가 머무는 곳에 존경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릇된 자의 행적에 침을 뱉으니 말이다. 왔다 간다는 것이 예사이면서도 평범한 일이 아닌 듯 싶다.

나는 이제까지 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초등학교 입학 여덟살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육십여 해를 신발을 떨어뜨리는 일 이외에는 별로 한 일이 없으니 그동안 떨어뜨린 신발이니 옷가지들이 유일한 기록이 되겠으나, 역시 헌 신발짝이나 옷가지는 버림을 받게 마련이어서 어디 가서 찾을 길이 없다.

후세에 존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의 충실을 위해서라도 무엇인가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작게는 나를 위해 일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비록 육신은 고달픔이 따른 다해도 조용히 웃고 마칠 수 있는 최후가 있을게 아니겠는가.

오늘은 역사를 이루는 실 한오라기, 나는 인류의 한 분자, 그래서 오늘 내 생각이 곧 인류의 생각이 될 수 있을 런지...

주어진 신문 공간을 열심히 메꾸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