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추석때 있었던 일을 잠깐 이야기 해 보려 한다. 나는 고향이 광주이기에 명절이면 광주로 내려간다.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형제가 사형제라 전체가 모이면 북적 북적하지만 누님들은 시댁에 먼저 가야 하므로 부모님, 형님만 보고 올 때가 많다. 이번 추석도 부모님과 형님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만 보았다. 전라도여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들(아버지, 형님, 나)이 모이면 대화의 끝은 항상 정치이야기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치이야기가 나왔다. 전라도 출신이니 기본적인 생각은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깜짝 놀라는 일을 겪었다. 세월호 등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서울 형님이 주위에서 떠도는 유언비어식 이야기를 자꾸 늘어놓는 것이었다. SNS에 나온 이야기라고 하면서 나에게 맞냐고 자꾸 물어보았다. 내가 지역에서 시민단체활동을 하고 있으니 정확한 상황을 알거라고 생각해서 물어 보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형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도 계속 하셨다. 대부분 유언비어와 뜬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했는데 나중에 유병언 시체가 가짜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어 목소리가 커졌다. 거의 모든 정부발표나 행정적 활동을 음모론으로 보거나 믿지 못하고 있었다. 국과수에서 거의 조작할 수 없으며 야당의원들까지 국과수 감사에 나섰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믿으려 들지 않았다. SNS에서 떠드는 이야기들을 아무런 근거 없이 그냥 믿고 있었다. 나는 한의사로써 의료인이다. 국과수에서 실수할 수는 있지만 국과수시스템에서 조작은 불가능하며 특히, 이런 시국에서는 할 수도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DNA검출이 왜 오래 걸렸고 부패정도가 왜 심한지 모두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학설이나 가설이 아니라 그냥 진짜다. 그럼에도 나의 이런 설명에도 끝까지 의심스럽다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였다. 

과학까지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기준과 기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국사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활동 안에서도 우리는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소문이나 선입견으로 재단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구체적인 사실을 대보라고 하면 하나도 못 대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들이 모든 것을 말해 줄 수 는 없다. 그러나 가짜가 사실인양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진영논리, 자기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유리한가 아닌가가 기준이다. 알아보지도 않고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 문제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子曰 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知仁矣 (이인편)”
사람의 잘못이란 각자 자기 집단에 치우치는 것이다. 이 잘못을 보는 것이 곧 어짊을 아는 것이다.

바로 이런 진영논리가 잘못을 만들고 사실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가리게 된다. 현재 익산시정도 이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익산시정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진영논리, 내 편 네 편 논리가 판을 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시민사회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내편 네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논리에서 벗어나는 길 역시 논어에 있다.  
 “顔淵問仁 子曰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曰請問其目 子曰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안연편)”

안연이 어짊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을 이겨내고 예를 되찾는 것이 어짊을 도모하는 것이다. 어느 하루 자신을 이겨내고 예를 되찾는다면 천하가 어짊에 돌아올 것이다. 어짊을 행함이 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남에게서 비롯되겠는가?"

안연이 말했다.

"그 세목을 묻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