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예술에 몸담고 그것에 미쳐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궁핍하고 힘든 생활을 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모습을 보는 건 사실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의 집념과 인간으로서의 자존의 길을 보는 것 같아 경건하기도 하고 새삼 많은 것을 깨닫기도 한다. 동시에 나의 일상이나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나약하며 게으른 것이냐 하는 자괴감이 어깨를 누름과 동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숙고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일평생을 한탄하며 부대끼고 쓰라림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무리가 어디 예술가뿐이랴 오늘도 각양각색의 집단들이 우리의 주위를 메우며 역사를 이어간다.

생존한다는 것 이것 때문에 손발이 닳도록 노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미워하고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여 살기 위해 죽어야 하는 모순도 남겼다.  집단을 위해 작은 하나는 헌신짝이 되어버린 예도 허다하며 많은 사람이 하나를 위해 기울인 정성도 대단한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어두운 그림자도 많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실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고통만은 아닌상 싶다.

인간은 실로 무엇인가를 알려고 노력하는 측에 속한다고나 할까? 작게는 어린 시절 개미집을 헤집는데서부터 이 신문 저 잡지를 뒤적이는 일, 뉴스시간 마다 TV를 확인하는 데 이르기까지 그 수와 방법은 천종만별이다.

짧은 인생동안 거의 20여년을 학교에서 배우고 무엇인가를 터득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는 수수로움을 금할 길 없는 일이겠으나 내 작은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처사이고, 어떻게 해야 그 따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도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희망 없는 처방을 받고 누운 환자가 내일이면 그만일 운명을 안고 “장차 퇴원하면 무엇도 하고 이것저것도 하며 또 아직 못한 일들을 하겠다”고 벼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는 가족의 찢기는 마음도 그 폭풍노도도 피차 알 수 없는 일이다.

대도시 인구가 격증하면서 횡재를 한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공인중개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작을 걸고 몰라서 못 산다는 이야기인데 부자가 되고 횡재하는 일이나 일순에 가난을 면한다는 일이 관심사가 아닐 수 없지만 큰 재물을 얻는 것이 길가의 쓰레기 얻는 것처럼 용이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소싯적 엿장수로 시작 일약 거부가 되었다는 재벌의 뒷날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며 자신도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는 희망 속에 속절없이 늙어간 조상과 후예가 공존하는 세상에 나는 정말 속지 않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 어디 그 뿐이랴 뭐니 뭐니해도 알 수 없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어제까지도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오늘 법원 마당에서 영원한 숙적이 된 것도, 우연히 눈에 띈 사전속의 “배신”이란 낱말에서도 스치는 생각이 역시 알 수 없는 건 사람의 마음이란 거다.
한학에 관심이 높으신 아버님은 초등학교3학년인가? 한자공부를 시켜주셨으니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 지금도 생생하여 명심하고 있다.

畵虎畵皮 難畵骨이요, 知人地容 不知心
‘화호화피 난화골이요, 지인지용 부지심이라.’

호랑이를 그리되 가죽은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알 되 얼굴은 알기 쉬워도 그 마음은 알기 어려우니......

두고두고 생각해 보겠지만 진정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