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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유혹

이리자선원 원장

김 영 주

한 양치기 소년은 양을 몰고 다니다가 장난을 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동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늑대를 몰아내기 위해 동산에 뛰어 올라와 봤으나 늑대가 있기는커녕 소년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이었다. 소년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며칠 후 또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쳤으나 이번에도 또한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은 너무 놀라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도 또 거짓말이겠지’하고는 동산에 올라가지 않았다.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때때로 작고 큰 많은 유혹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년의 작은 거짓말은 결국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살짝 거짓말을 해도 돼, 왜냐하면 우선 당장 내 위기를 모면해야 하니까.’,’속여도 모를거야, 왜냐면 그 일은 나 밖에 모르기 때문이지.’, ‘미워하는 것이 당연해. 저 사람은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까.’ 우리는 이렇게 많은 유혹 속에서 일어난 마음에 속아 자신의 본마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내 마음에 속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창녀인 막달라 마리아에게 돌을 던진다. 이를 본 예수께서는 “한 번도 죄를 짓지 아니한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하고 말씀하신다. 우리들은 대게 자신의 그름은 살피지 못하면서 남의 그름은 늘 심판관이 돼서 심판하려고 한다. 그 여인은 나의 마음을 깨워주기 위해 나를 비쳐주는 거울이다. 그녀를 통해 자신의 그름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TV 드라마, 영화 속 내용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사랑하고, 배신하고, 싸우고, 도와주고, 속이고, 성공하고, 실패하는 수많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워한다. 주인공이 행복해도 재미있고, 설사 고통을 당해도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 하면서 기다린다. 그것은 드라마를 제 3자가 되어 객관적 입장에서 내용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내 실재 삶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서툴고, 고통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행복하면 행복에 속고, 고통스러우면 고통에 속아 마음이 매양 멈추지 못하는 파도처럼 춤을 춘다.

우리의 삶도 그 드라마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개되도록 우리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그 어떠한 일도 내 공부거리로 삼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경계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 경계를 그대로 수용하며 지혜와 용기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창조해 나가는 힘이 필요하다.

금강경에 “과거심(過去心) 불가득(不可得), 현재심(現在心) 불가득(不可得), 미래심(未來心) 불가득(不可得)” 이란 말씀이 있다. 과거의 마음으로도 가히 道를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으로도 가히 道를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으로도 가히 道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즉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에 집착되어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道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대게 원망과 회한에 젖어든다. 현재의 마음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좋고 싫음에 즉각 반응을 하게 된다. 미래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늘 목표 의식에 때문에 조바심이 나고 두려움이 생긴다. 그 어디에도 집착되어 있으면 지금의 이 순간의 온전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다.

중국 당나라 때 덕산(782∼865, 속명은 주선감)이란 학승이 있었다. 그는 모든 경전에 밝은 석학이었는데 특히 ‘금강경’에 통달하여 이를 즐겨 강설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그를 주금강이라 불렀다. 후에 그는 남방에 선불교가 크게 성행한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서, “경전에는 무량겁을 닦아야 성불한다고 했는데, 요즘 남쪽에 무식한 것들이 ‘바로 성품을 보고 부처가 된다’고 하니, 내 그들의 소굴을 습격하여 종자를 없애리라” 하고는 금강경 주석서 두 광주리를 짊어지고 길을 떠나 도가 높다는 용담선사를 찾아 남쪽을 향해 떠났다.

며칠 후 길가에서 떡을 팔고 있는 한 노파를 만났다. 지치기도 하고 배가 고파서 짐을 내려놓고 “점심을 좀 해야겠소”하고 떡 몇 개를 사려고 하는데 노파가 광주리를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다. 덕산이 “금강경 주석이요”라고 대답하자 “그러면 한 가지 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만, 금강경에 보면 ‘과거심도 얻을 수 없고, 현재심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심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방금 점심을 한다고 하셨는데,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다 점심을 하시렵니까? 대답을 잘 해주면 이 떡을 거저 드리려니와 아니면 다른 데로 가보십시오.”

덕산은 이 물음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금강경이라면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그가 이 떡장수 노파의 한마디에 그만 꽉 막혀버린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주석서를 읽고 궁구하여 집어넣은 그의 사변적인 지식이 이 초라한 노파의 한 마디에 여지없이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마음을 두고 이 글을 읽을까?

산을 탈 때 산을 타고 있으나 끊임없이 과거에 있었던 생각으로 가득 차 걸음걸음 고민인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모든 마음을 놓으면 그 순간순간이 번뇌가 사라진 청정한 나의 본심과 하나 되어 온전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온전함은 우리에게 견고한 편안함과 평화로움, 넉넉함과 즐거움을 준다. 산이 아무리 힘들고 험할지라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달콤한 유혹이 유혹인지도 모를 때가 있다. 경계일줄 모르는 거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맺듯 우리들도 자신의 삶에서 굳건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흥미진진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