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유언비어, 뜬소문, 괴담 등은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무서운 여론이다. 이것도 여론이기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동요시키며 하나의 운동성을 가진다. 나는 지면을 통해 유언비어나 뜬소문의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 지적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언젠가부터 이런 잘못된 여론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였고 이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큰 사회적 이슈만 터졌다 하면 유언비어나 괴담이 난무하고 카더라 통신까지 동원되고 심하게는 공적인 언론매체까지 흔들린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현상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문제들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되며 확대 재생산되기까지 한다.

이미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고 나면 나중에 법적으로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더라도 때는 늦어버리고 진실은 묻혀 버린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을 옹호하는 이는 그 소문의 주체인 본인에게 어쨌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남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의 왕따나 따돌림, 폭행이 피해 학생에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이 여성들이 행동을 바르게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처음에는 연예계나 가십거리에서 발생된 일부 문화현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정치적인 문제에서까지 그 유력을 발휘하면서 그 심각성이 도를 넘게 되었다. 상대편 정치세력을 꺾기 위한 수단으로 유언비어나 풍문, 괴담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용하게 되고 활용하게 되었다. 집단 히스테리적 성향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심각한 진영논리의 폐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학 때 이런 유언비어나 소문, ~설의 문제를 크게 겪었다. 예전에 한약분쟁으로 한의대가 데모하고 투쟁할 때 일부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통신망에 떠도는 정보들을 믿고 투쟁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하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정보가 있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디서 난 정보냐고 물으면 거의가 인터넷이나 통신망에서 오간 ~설이거나 소문이었다. 결코 그런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싸우기까지 했지만 그 정보를 믿는 사람들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분열양상이 나타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가 다 잘못된 카더라 통신이었다. 그럼에도 그 위력은 대단했다. 나는 그 이후로 거의 SNS를 하지 않는다.

유언비어나 뜬소문, 괴담의 문제는 집단적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 후과가 크다는 점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의 잘못이란 각자 자신의 집단에 치우쳐 있는 것이다. 이 잘못을 보는 것이 곧 어짊을 아는 것이다.”

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如仁矣 (이인편)

제 무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진영논리를 극복하는 길이며 올바른 길로 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려 볼 줄 알아야 한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알아보고 조사해 보아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것을 잘 믿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며 열정적이며 개혁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도 학생 때부터 학생운동을 해 왔고 사회 나와서도 한 번도 쉬지 않고 시민운동을 해왔지만 내 주위사람들이 더 잘 흔들린다. 더 차분히 볼 것 같지만 그 열정과 개혁성이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것 같다.

“많이 들어 의심스러운 것은 제쳐 놓고 나머지를 신중히 말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아 위태로운 것은 제쳐 놓고 나머지를 신중히 행하면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위정편)

역시 『논어』에 있는 말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해야 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