荀子순자의 勸學권학 편에 실린 글 중 한 편을 적토성산이란 제목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흙이 모여 산이 되면 풍우가 일고, 물이 모여 못이 되면 용이 살고, 착한 것이 쌓여 덕을 이루면 스스로 神明신명에 통하여 성인의 마음씨가 갖추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가지 아니하면 천리 길을 갈 수 없고, 적은 냇물을 모으고 모으지 아니하면 바다를 이룰 수 없다.

준마도 대번에 천리를 뛰는 것이 아니요. 노둔한 말도 하루하루 쉬지 않고 열흘을 가면 가지는 것이다.

성공은 쉬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니, 깎다가 놓치면 썩은 나무도 못 자르고, 새기고 새기며 쉬지 아니하면 돌이나 쇠도 깎일 것이다.

지렁이는 손톱도 어금니도 없건마는 지상의 흙을 먹고 지하의 물을 마시는 것은 마음이 전일한 까닭이요. 게는 다리가 여섯씩이나 되고 집게발이 둘이나 되건마는 뱀이나 뱀장어의 굴이 아니면 몸 붙일 곳이 없는 것은 마음이 초조한 까닭이다.

그러기에 안 보이는 어둠 속에 힘을 기울여야 밝은 명예를 얻고, 안 보이는 깊은 속에 노력을 쌓아야 혁혁한 성공이 올 것이니, 두 갈래 길에서 헤매는 사람은 아무데도 못 갈 것이요, 두 임금을 섬기려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눈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지 말아야 밝고, 귀는 두 가지를 동시에 듣지 말아야 밝다. 등사라는 용은 발이 없어도 날고, 석쥐라는 쥐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쓸모없는 것이다. <시경>에도 이르기를

뽕나무엔 뻐꾸기 새끼가 일곱.

어진신 우리 임의 거동은 하나.

거동이 하나라 그 마음 굳의시네.

하였으니, 선비는 오직 한 가지 도에만 마음을 쓸 것이다.

학문의 완성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한 걸음에 뛰려 하지 말고, 꾸준히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하고,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하나를 향해서 정성을 다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