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備內·비내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왕량은 말·馬을 사랑하고, 월왕구천은 사람을 사랑하였다. 사람을 사랑한 것은 싸움에 쓰기 위함이요. 말을 사랑한 것은 타고 달리기 위한 것이다. 의사는 사람의 상처를 잘 빨아주기도 하고 남의 피를 머금기도 하는데, 그것은 육친처럼 사랑해서가 아니라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수레를 만들면 남이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목수가 널(시체를 넣는 관)을 만들면 사람이 일찍 죽기를 바란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어질고 목수는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부귀해지지 않으면 수레를 사지 않을 것이요.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어야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비后妃·부인·태자太子가 무리를 이루어 임금이 죽기를 바람은, 임금이 죽지 않으면 자기들의 권세가 성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이 된 자는 자기가 죽으면 이利가 있게 될 자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해와 달이 겉으로는 밝은 빛을 둘렀지만 해와 달을 해치는 섬여(달을 먹는 두꺼비)는 속에 들어 있다. 또 미워하는 자를 방비하더라도 화단禍端은 사랑하는 자에게서 일어난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군왕은 사실을 참조하지 않은 일을 거론하지 않으며, 평소에 먹던 음식이 아니면 들지 않는다.

먼 곳의 일을 귀로 듣고 가까운 일은 눈으로 보아서 안과 밖의 과실을 자세히 살피며 말의 서로 다름을 살펴서 붕당의 대립관계를 알아낸다. 일의 결과가 서로 부합하는가를 조사하여 진언한 일의 실적에 책임을 따진다. 그리하여 뒤에 나타난 결과를 가지고 지난번 진언한 말에 부응하는가를 살펴서, 법에 따라 민중을 다스리고 여러 사람의 말의 단서를 가지고 서로 참조하여 살핀다.

선비가 요행으로 상을 받는 일이 없고, 자기의 직분을 넘어서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한다. 마땅히 죽여야 할 자는 죽이고 죄지은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간사한 자가 사욕을 부려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한비는 특히 누구의 행위를 칭찬하고 누구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심리라는 것은 오직 이利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점은 순자의 성악설과 비슷하다. 그러나 순자처럼 인간의 성악을 수양하여 선으로 인도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오직 인심의 본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라고 주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