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시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나라 왕이 나에게 커다란 박씨를 주기에 심어서 키웠더니 박의 크기가 다섯 섬이나 되었지. 거기에 물을 담았더니 그 무게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고, 그걸 잘라서 표주박으로 만들었더니 너무 넓고 평평해서 담을 수 있는 게 없었지. 터무니없이 커서, 나는 박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부숴버리고 말았다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자네는 참으로 큰 걸 쓰는 데 서툴군. 송나라 사람 중에 대대로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대로 솜 빨래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 먹고살았다네.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이야기를 듣고 비싼 값을 주고 약 만드는 비방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 이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상의하기를 우리 집안은 대대로 솜 빨래를 업으로 삼아 살아왔지만 푼돈밖에 벌지 못했는데 지금 하루아침에 큰 돈을 벌게 되었으니 비방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나그네는 비방을 얻어 오나라 왕에게 가서 이야기했는데, 월나라가 쳐들어오자 오나라 왕이 그 나그네를 장수로 삼아 겨울에 월나라 군대와 수전을 벌여 크게 이겼다네. 오나라 왕은 그 나그네에게 염지를 하사했지. 어떤 사람은 솜 빨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그것은 쓴 곳이 달랐기 때문이지. 지금 자네에게 다섯 섬짜리 박이 있다면 어찌하여 그걸 가지고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아니하고 넓고 평평해서 담을 것이 없다고 걱정하는가. 자네에겐 여전히 구부러진 마음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위 이야기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이야기로 큰 물건을 작게 쓰려고 하는 혜시의 비뚤어진 마음을 비판하면서 송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쓸모없음의 값어치를 일깨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