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향군이 추운 밤에 순라를 돌다가, 깊은 골목에 긴 사랑채를 보니 등불이 이글거리는데 때마침 남녀가 희롱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에 숨을 죽이고 가슴을 졸이면서 바람벽에 뚫린 구멍으로 몰래 엿본 즉, 나이가 젊은 미남자가, 젊고 어진 예쁜 계집과 방사를(房事)를 하는데, 여러가지 음식을 차려놓은 앞에서 여자는 암말이 되고, 남자는 수망아지가 되어, 히히잉 말우는 소리를 내며 구름이 피어오르고 비가 올 듯함이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 때론 맛나는 음식을 먹으며, 혹은 서로 장난으로 차기도 하는데, 촛불이 환희 비추니, 눈 같은 살결이 풍만하였다.

그 사람은 매우 부러워하고 사모하여,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를 "나도 내 집으로 돌아가서, 역시 마땅히 이렇게 하리라."하고, 마침내 집에 돌아와서 방문을 열어보니 낮은 등잔대였으며 차려 놓은 것은 볶은 콩이었다. 그리고 나서 아내로 하여금 옷을 벌거벗게 한 즉, 온 여름동안 호미로 김을 맨 나머지, 피부색이 거칠고 검으며, 배꼽에 소금 꽃이 피었으니, 어찌 얼굴을 예쁘게 단장하고 음탕함을 가르치는 여인과 같으리오. 그 피부를 일견하니, 욕정이 열에 아홉은 사라져 버렸으나 기왕 시작한 일이라 중지하기 어려운지라, 아내에게 말울음을 가르치고 장난으로 치면서 아양 떠는 것을 가르쳐서 방사를 하니 그 아내가 감탕한 마음이 통하여 정신없이 사납게 남편을 걷어차거늘, 남편이 크게 화가나서 주먹으로 쥐어 박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굳이 그것을 싫어하면서도 쓸데없이 이런일을 하였군"하더라.

부묵자(副墨子) 가라사대

“애석하도다! 예기에 따르면 ‘형벌은 대부에게 미치지 않고, 예법은 서인에게까지 내려가지 않는다.’했으니 어찌 이들에게 예절이 없다고 탓하리요. 남녀의 일은 천지간의 커다란 대의에 따르는 일이나, 사람이 금수와 다른점은 윤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도리어 소나 말의 행위를 배운다면 어찌 패륜이 아니겠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