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양왕 5년 진晉나라에 기근이 들자 진秦나라에게 식량을 팔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비표가 진목공에게 말했다. 「진군은 군주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후국 중 이를 모르는 나라가 없습니다. 몇 년 동안 진나라에 화난이 일어났는데 지금 또 연속해 기근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심을 잃었는데 또 다시 하늘의 비호를 잃었으니 참으로 재난이 겹쳐 있는 셈입니다. 군주는 응당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를 정벌토록 하십시오. 양식을 그에게 팔아서는 안 됩니다.」

이에 진목공이 반대했다. 「과인도 그를 혐오하오 그러나 백성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소 천재는 돌아가며 발생하는 것이니 각국 모두 돌아가며 재난을 입게 되어 있소 부족한 것을 메워 도와주고 재난구조를 지원하는 것이 도의요 하늘 아래에서 도의를 폐할 수는 없소.」

그리고 대부 공손지에게 물었다. 「그들에게 양식을 내주는 것이 어떻겠소.」「군주는 진군晉君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나 진군은 오히려 그의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지금 천한天旱이 닥쳐 그가 군주의 도움을 청하고 있으니 이는 하늘의 뜻입니다. 만일 군주가 주지 않으면 하늘이 그에게 줄지도 모릅니다. 그리되면 진晉나라 백성들이 원래 진군의 배은망덕한 행위에 불만을 품고 있을지라도 진군은 핑계를 찾게 됩니다. 그러니 양식을 주어 진나라 백성들을 기쁘게 만드느니만 못합니다. 진나라 백성들이 우리 진秦나라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면 반드시 잘못한 책임은 진군의 머리 위에 떨어질 것입니다. 만일 진군이 우리 진秦나라의 명을 듣지 않으면 이후에 우리들이 출병하여 토벌하면 됩니다. 그때 그가 설령 우리를 막고자 해도 누가 그를 지지하겠습니까.」

이에 진나라가 황하 위에 수많은 배를 띄워놓고 끊임없이 식량을 보내주었다.

이후 진秦나라에 기근이 들었다. 진혜공이 황하 이남의 5개 성읍에 명하여 진나라로 식량을 운송케 했다. 그러자 진晉나라 대부 괵역이 만류했다. 「당초 허락한 땅을 주지 않고 오히려 양식을 보내면 원한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적의 힘만 더욱 키워주는 꼴이 됩니다. 차라리 안 주느니만 못합니다.」

진혜공이 말했다. 「그 말이 옳소.」

그러자 대부 경정이 반박했다. 「안 됩니다. 이미 그들에게 땅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금 또 인색하게도 식량을 주지 않는 것은 망선배덕忘善背德이 됩니다. 제가 진秦나라의 입장에 있을지라도 반드시 진晉나라를 치고야 말 것입니다. 식량을 보내주지 않으면 진나라는 반드시 우리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이에 진혜공이 말했다. 「이는 그대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오.」

그리고는 이내 진나라에 식량을 보내주지 않았다.

한해가 저물어 가고있다. 망선배덕한 일은 없었는지 잠시 뒤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