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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자기로부터의 혁명부터 시작하라

익산시민 유 성 무

문재인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5자 구도로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이 거의 모든 지역과 연령으로부터 얻은 41%의 지지는 촛불민심을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이끌게 된 문재인의 당선을 정의와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을 갈망하며 촛불을 든 우리 국민의 승리로 평가한다.

5월 10일 시작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북한 핵문제와 사드를 빌미로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외교 주권 확립, 공직사회 개혁, 부패한 기득권층의 적폐 청산, 재벌 개혁을 필두로 하는 경제정의 실현, 조세제도 개혁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 확립, 분열된 사회 통합 등 실로 그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모든 과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120여 석에 불과한 여당의 국회 의석,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59%가 존재하는 현실, 지난 세기 동안 국가 전반에 뿌리를 깊게 내린 기득권층의 막강한 세력 등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국가 재건 성공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승자강(自勝者强)의 지혜를 밝힌 도덕경(道德經)에 개혁의 방법론이 잘 나와 있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하지만, 자기를 아는 자야 말로 진정으로 밝은 것이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자이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통한 자승자강의 리더십이 그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의 지지에서만 나올 수 있다. 4년마다 바뀌는 국회 의석에서만 나오지 않음을 우리는 촛불민심으로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드는 한 얼마든지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개혁 대상과의 전면전이 아니라,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어느 세력도 이의를 달지 못할 개혁 에너지를 응축시켜야 한다. ‘자기로부터의 혁명’ 없는 개혁은 실패로 귀결된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인사로부터 시작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지역이나 계파를 떠나서 유능하고 청렴한 사람을 발탁하는 것은 인사의 기본이라 논할 필요도 없다. 개혁을 이끌어갈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중요 덕목은 신중한 언행이다. 부주의한 언행으로 본말을 전도시키고 소모적 갈등을 일으킴으로써 민심을 떠나게 만든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자기의 사소한 언행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개혁 무능력자를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소통으로 검증된다. 소통은 경청과 대화를 통한 설득 과정이다. 소통은 반대세력을 논리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접점을 찾음으로써 함께 대의로 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이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의 부족함부터 성찰하면서 참으로 현명해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을 이겨내고 타인을 설득함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는 소통 없이 그 어떤 개혁도 할 수 없다. 소통 없는 개혁 추진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 구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원칙과 상식으로 완성된다. 국가 개혁은 원칙과 상식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개혁의 원칙은 상식에 의거한 자발성과 법률적 강제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혁명을 이끄는 세력들이 원칙과 상식을 고수해야만 한다. 그래야 개혁의 명분과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개조는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기틀을 닦는 것에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자기로부터의 혁명’, 말로는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국가 개혁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이뤄낸다면 개혁의 걸림돌을 뛰어넘을 수 있다. 박근혜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의 힘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국민만 믿고 원칙과 상식을 사수하면서 일사불란하게 나가야 한다. 그래야 통합된 국가역량으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와 민생 안정책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정계 개편과 함께 개헌정국을 주도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정치지형을 바꾸고 국가 시스템을 뜯어고칠 수 있다.

국가 개혁에 비법은 없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에 문재인 정부의 명운을 걸어라.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라. 자기에게는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라. 그래서 누구도 개혁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진정 강한 정부가 돼라. 그것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힌 난제들을 근본적으로 태워버릴 촛불 혁명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