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유가의 두 선비가 무덤을 도굴하러 나섰다.

둘 중에서 큰 선비는 밖에서 망을 보고 작은 선비는 무덤 안에서 작업을 한다. 큰 선비가 물었다. “날이 밝는데 일은 어찌 돼가나?” “수의를 다 못 벗겼는데 입에 구슬이 있네요.”

곧이어 작은 선비는 시신의 입에서 구슬을 끄집어내며 『時經』의 시구를 흥얼거렸다. “파릇파릇 보리가 무덤가에 돋았네. 살아서 베풀지 못했는데 죽어서 어찌 구슬을 머금으리.”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도 시를 짓고 읊으며 도리를 논하니 이것이 허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사실 장자가 보기에 유가의 윤리는 영락없는 사기이며 세간의 이른바 지혜는 모두 도적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절도를 막으려고 사람들은 궤짝, 상자, 포대를 꽉 매고 잠근다. 그러나 큰 도적이 오면 문을 부수고 들어와 궤짝을 짊어지고, 상자를 메고, 포대를 들고서 도망친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이 꽉 매고 잠그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지혜는 이와 같으며 도덕도 마찬가지다. 대도 도척은 말했다. “방 안에 감춰둔 것을 정확히 알아맞히는 것이 성聖이고 남보다 먼저 들어가 훔치는 것이 용勇이며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의義다. 또한 별 탈 없이 훔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지智이고 훔친 물건을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다 못 갖추고도 큰 도적이 된 자는 천하에 없었다.

확실히 유가의 윤리와 묵가의 도덕은 착한 사람에게나 도적에게나 다 유용하며 오히려 도적이 더 잘 써먹을 수 있다. 성인이 생기면 큰 도적이 일어난다. 聖人生而大盜起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도적은 성인에 의해 키워진다. 마침내 장자는 결론을 내린다.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적이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이중텐의 『百家爭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