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6월 항쟁 30주년, 촛불항쟁 원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80%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이전 정부 때 비해 뉴스 보는 시간이 월등히 길어졌다고 즐거운 고민을 토로한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일들이 너무도 간단히 해결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청와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피맺힌 호소가 있었다. 광범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에 특정 소수의 피해자들만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 발언,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원 확대 대책, 확실한 재발방지대책, 피해자와의 직접 만남 검토를 지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7년 동안의 한이 풀릴 희망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재조사가 추진될 것 같고, 세월호에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도 될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실패 등에 대해 재조사될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마저 은폐되고 기본적인 법적 절차가 무시되었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해 적법성이 조사되고 사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1년여에 걸쳐 제대로 실시될 예정이다.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민간교류에 대한 물꼬도 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일자리 문제에서 바라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사상 첫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삶의 질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지원, 유아휴직급여 확대와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노인 돌봄 서비스와 치매지원센터 확대, 공무원 채용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인사문제도 캠프 인사, 보은인사를 넘어서서 지속적으로 국정전념이 가능한 능력위주 인사들로 추진되고 있다. 권위주의는 멀어지고 있고 정부에 대한 신뢰와 대통령의 권위는 높아지고 있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일들이 감동을 준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비상식과 적폐를 하나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이 과정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고, 국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조차도 청신호의 지표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불과 한 달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정상 사회로의 전환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문제는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노력이다.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다. 청년들에게는 절망의 절벽이다. 쓰고 버리는 도구화된 노동의 다른 이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2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 국제공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공항공사 사장도 “올해 안에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었다. 대통령의 추진 의지에 공공기관들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민간 부분에서 롯데·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기업은행·신한은행 등 대기업도 정규직 전환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저임금, 중노동, 쉬운 해고의 다른 이름인 비정규직이 있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일의 성격에 따라 임시직과 영구직으로 나뉘고, 임시직이 영구직이 되는 비율도 70~80%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잘 봐줘야 10~20%수준이다. 또한 다른 선진국들의 임시직들은 고용안정과 복지수당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영구직들에 비해 단위 임금이 오히려 높게 책정된다.

경총 부회장은 최근 경총포럼에서 “정규직 임금이 높아서 비정규직을 쓴다. 정규직 해고하기 어려워서 비정규직을 쓴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많은 기업이 우려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경총 부회장의 이 말속에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이만큼 만연하게 된 비밀이 숨어있다. 같은 일을 해도 더 낮은 임금을 주기 위해서, 언제든 해고하기 쉽도록 비정규직을 늘려온 것이다. 공공부문도 다를 바 없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총인건비(공공기관)나 기준인건비(지자체)를 정해놓고 이 범위를 넘어가면 해당 기관이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받도록 되어있다. 사활을 걸고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기관이 좋은 경영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청소나 경비 등 소위 주변 업무들을 간접고용형태의 위탁이나 용역을 통해서 최소의 사업비로 처리하고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비율도 통계청은 33%, 노동계(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44.5%이다. 무기계약직이나 특수고용직 또는 간접고용으로 사실상 비정규직인 노동이 정부 통계에서 빠진 탓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고용과 임금차별을 당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사회 불신과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다. 통계청 기준 전북은 40%를 넘고 있다. 전북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익산시청의 경우 20%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고용의 질과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평가에 대한 새로운 지침과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노력과 기관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이런 노력이 민간부문에 확산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당한 차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스스로 자구노력을 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상국가, 정상 사회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다. 노동을 차별하고 도구로만 활용하는 경제체제는 미래가 없는 불안사회로 이어진다. 익산시에서부터 이런 노력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