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유월의 중반이 지나면서, 30도에 가까운 더위가 연일 계속된다. 더하여 바라는 비는 오지 않고 농심은 더욱 타들어간다.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는 30도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넘으면 일하기도 힘들고 견디기도 어렵다. 더구나 36도가 넘으면 판단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40도 이상의 더위속에서 1시간 이상을 버티면 정신이 몽롱해지며 심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에서도 고장으로 지하철이 멈추고 잠시 동안 온도가 올라가면서 참지 못한 승객들이 난동을 부리고, 유리창을 모조리 깨트려버린 일도 있었다. 체면이고 뭐고 질서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더위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6월은 농사철의 중심이며, 더위가 시작되면 노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계절이다. 또한 1950년 6월25일은 같은 동포끼리 총칼을 겨누고 전쟁을 벌려 무더위 속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사라져 버린 참변이 일어났고, 70여년 지나와 있는 오늘에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6.25 이후 전쟁으로 인한 강산은 폐허가되고 의식주 해결이 어려워 남한의 국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고생에 고생을 거듭했으니 미국통인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얻어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6.25이후 1957년 6월26일 부산항에서 출항한 230t짜리 배 한 척! 이승만 대통령이 “저 광활한 남쪽으로 배를 몰고 나가서 살길을 찾아보라”는 뜻으로 지남(指南)호라 명명한 참치잡이 배 한 척을 출항시켰다. 해양 경비대와 수산관계자의 격려와 환송을 받으며 시작한 참치잡이는 경험도 기술도 없는 선원들에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배안에서 식량도 부족하고 식수도 부족하여 목욕은 고사하고 세수도 못하였다. 50여일이 지난 같은 해 8월15일 광복절날 망망대해 인도양에서 지남호 선원 낚싯대에 참치가 걸렸다. 건국 후 진정 처음으로 낚아 올린 참치였다. 10년 후 1966년부터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급성장했으며 박정희 정부가 외화벌이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었으니 가난한 조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일반 월급쟁이 수입의 세배 이상을 받는 원양선업을 꿈꾸며 갓 졸업한 고교생, 대학생과 회사원 등이 몰려들었다. 대서양에 접한 스페인 라스팔마스항이 우리 어선들의 주무대였다. 1970년 대 30여개의 선박회사와 1만5,000여명의 선원들은 고락을 함께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는 죽음이 계속되었으니, 어마어마한 파도와 미숙한 조업기술이 원인이었다. 1981년엔 외국배와 충돌하여 선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곳 동포들이 위령탑을 세워 대서양의 고독한 혼을 위로했다.

“겨레의 풍요한 내일을 위하여 헌신하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푸른 파도 속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 갔지만 우리는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박목월 시인이 라스팔마스 위령탑에 새긴 헌사는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원양어선의 선원들이 목숨 걸고 잡아 올린 참치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밑거름이 되어, 1966년부터 87년까지 20여년의 원양어업은 8억7,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 파견된 광부나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고 하니 원양어선의 선원들은 숨은 애국자였다. 그 후 우리 경제가 규모가 커지고 타 분야의 발전과 후발주자인 중국, 소련 등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원양어업은 내리막길을 걸었으니 오늘의 현실은 아는 바 없다.

“일하지 않고는 먹지도 말라”라는 말은 많이도 들어왔다. 에덴동산에서는 손만 뻗으면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먹을 수 있었지만 금지된 과일에 손을 댄 죄로 평생 노동의 굴레를 져야 하는 벌을 받았다는 것과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세기 3-19)라는 성경의 말대로 노동은 필수 불가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이다.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열심히 일하면서 피서도 슬기롭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