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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파수꾼, 주간소통신문 400호에 즈음하여

익산시민 유 성 무

주간소통신문이 지난 2009년 5월 18일 창간호를 발행한 이래 어느덧 400호를 넘게 달려왔다. 동산동에서 신문사를 개설하고 창간호 준비에 여념 없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이 훌쩍 지나갔다. 제400호 신문을 펼쳐보니 소통신문의 지난날을 조금은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한데, 초창기 소통신문 사무실에는 공인배 편집국장이 직접 쓴 기자사무사(記者思無邪) 매한불매향(梅寒不賣香)이라는 휘호가 있었던 것 같다. 오동나무와 매화, 달과 버드나무의 기개와 품격을 지닌 언론인의 본분에 매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으리라. 또 그런 기자들이 공인배 국장과 함께 하면서 소통신문 사명선언문의 근간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신문, 불의와 불합리에 단호히 대항하면서도 공익이란 큰 그림을 살펴보는 신문, 문제 지적과 함께 대안 제시를 통해 비전을 조명하면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신문, 공동체의 힘을 결속시켜서 공동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신문!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소통신문이 이런 사명에 충실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해왔음을 지난 400호에 실린 기사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나는 감히 평가한다.

익산의 파수꾼을 자처한 소통신문의 지난날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영세한 지역신문이 자생하기 힘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소통신문은 익산시와 의회, 지역 정치권, 토착기득권층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중에 8년 동안 소통신문만큼 고소·고발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신청을 많이 당한 곳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소통신문의 기개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기개 뒤편에는 향기를 팔지 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추위와 꺾일 때마다 새로운 가지를 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소통신문이 제기한 문제들은 정당했고, 대안 제시 또한 틀리지 않았다. 쓰레기 소각장, 웅포 골프장, 석산 난개발과 불법 폐기물 매립, 각종 행정 부조리 및 예산 낭비, 내실 없는 지역개발정책, 공직자의 무능과 불통 등... 소통신문이 제기한 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면, 소통신문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지역혁신을 단체장이나 지역 정치권이 실천했다면, 오늘날 익산이 인구 30만 명을 지키려고 고심하는 지역으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이제 막 시작된 촛불 혁명을 생각해보자.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JTBC 등 그래도 기자 정신이 살아있는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종식과 정권교체가 가능했을까? 나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결국 혁명에 불을 붙임으로써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이끈 것은 우리 사회의 파수꾼인 언론이었다. 물론 탐욕에 찬 늑대와 결탁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침묵한 경비견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참된 언론의 가치가 촛불 혁명으로 증명된 것이다.

소통신문이 지난 8년 동안 지역의 각종 적폐를 시민사회에 고발한 내용들의 중요성을 볼 때, 가히 국정농단을 보도한 언론들의 업적과 견줄 만하다. 온갖 법적 조치와 불이익에 시달리면서도 시종일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놓고 볼 때는, 오히려 소통신문이 이들보다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 이런 의미에서 소통신문 400호 발행에 즈음하여 익산의 시민사회가 소통신문과 같은 지역 언론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소통신문을 지역의 바람직한 여론 형성의 주체로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익산의 혁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의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리더십을 가진 일꾼들을 뽑아야 한다. 그 2년 후에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적폐를 쓸어버리고 국가를 일신할 수 있는 공복을 선택해야 한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들이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검증받는 장을 만들어야 익산의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

누가 익산의 혁명을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나는 8년 동안 언론의 소명의식이 검증된, 그 어느 언론보다 지역의 현안과 인물에 밝은 소통신문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대업은 소통신문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후원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소통신문에 대한 구독과 홍보, 기사 공유 및 댓글 참여 등으로 최전방을 지키는 공인배, 정완창, 송승욱 기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올곧은 기자 정신 하나로 버티면서 400호 발행을 이룬 소통신문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름다운 소통의 향기와 함께 하는 독자들이 있기에, 비록 추울망정 외롭지 않은 익산의 파수꾼 주간소통신문이 나날이 새롭게 성장하여 지역의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