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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의 당선무효를 아쉬워하며

익산시민 유 성 무

나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박 시장과 소원한 관계가 됐지만 박 시장과 이십 수년을 교류했다. 그래서 그가 2014년 5월 지방선거에서 그의 표현처럼 ‘시민혁명’으로 당선됐을 때 참으로 기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한 인간이 반평생동안 수많은 실패를 딛고 마침내 꿈을 이룬 것 자체가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감정은 나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랬던 박 시장의 당선무효 소식을 듣고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우선 그에게 지워진 선거법 위반 혐의가 과연 당선무효가 돼야 할 정도였는가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다. 아울러 그가 당선 이후 소통과 화합으로 시민들과 지역정치권의 마음을 얻었다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또 앞으로 그에 대해 가해질 비난과 그의 당선무효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걱정도 일었다.

나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주간소통신문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시장 당선 이후 독단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박 시장에게 소통을 촉구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그가 당선되기 전에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서 힘든 삶에 지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장이 되길 바랐다. 무소속의 한계를 소통으로 돌파함으로써 인간적 매력과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는 시장이 되길 바랐다. 그렇게 민심을 얻음으로써 선거법의 멍에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박 시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 바랐던 사람들의 바람은 결국 대법원의 판결로 막을 내렸다. 세상인심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힘을 갖고 있을 때는 그에게 최대한 관대하지만, 그가 힘을 잃는 순간 냉정하게 변한다. 이런 인심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박 시장 또한 당선무효가 확정된 날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그의 시정활동을 제어하지 못했던 공직사회부터 불통행정을 일소하겠다고 나섰다. 큰 물의를 빚었던 금강물 혼용사건을 공식 사과했다.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언론들은 물론이고, 조용했던 언론들까지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여론도 상당히 싸늘하다. 세간의 평가는 앞으로 그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안타까운 점은 병원비가 없어서 고인의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던 가족을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동분서주했던 박 시장이 왜 불통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는가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로서 그는 참으로 탁월했다. 불의에 대항하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함을 망설이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불과 일 년 수개월 만에 비난의 대상이 됐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의 당선이 시민들의 비이성적 동정심 때문이었다고도 말하고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동정적인 마음이 작용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지역주의에 안주하면서 ‘지역의 만년 여당’으로 군림해온 특정정당을 시민들이 심판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의 당선 책임을 시민의 동정심으로 폄하하는 것은 특정정당의 구태의연했던 모습을 감추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던 시민들의 선택기준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가 시민들의 여망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박 시장의 당선무효가 아쉽지만 이번 사건이 자치역량 향상의 계기로 승화되길 바란다. 공직사회의 특성상 무소속 또는 소수정당 시장이라도 공직사회를 통솔하고 시정을 이끌 수 있음은 박 시장을 통해서 증명됐다. 따라서 꼭 특정정당 출신이 단체장을 독식했던 과거로 돌아가야 할 까닭이 없다. 다만 누가 더 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행정을 실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참된 공복을 선택하는 풍토를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공직사회 또한 상명하복 하면서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경직된 자세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명령권자의 지시를 이행함에 있어서 지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함으로써 합리적인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권력을 쥔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직자 개개인이 법집행 주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부적으로 상하가 협력하면서도 적절한 견제를 함으로써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역동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끝으로 오랜 시간 마음 고생하면서 큰 좌절을 겪은 박 시장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익산시장으로 지역발전을 이끌 기회는 잃었지만, 그가 다른 방향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재직기간 동안 벌어진 법적 분쟁들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시장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