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일간신문 374건, 인터넷신문이 5,950건이 정기간행물로 등록돼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온-오프 라인 신문은 100개도 안 된다. 이를 고려할 때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간신문은 320여 개. 인터넷신문은 5,900여 개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보면 250여 개인 우리나라 지자체당 평균적으로 일간신문 1.28개, 인터넷신문 23.6개가 발행된다고 할 수 있다. 주간신문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이렇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문사 특히 인터넷신문사가 많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좋게 해석하면 그만큼 지역과 관련된 뉴스가 많고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겠다. 지역의 특정한 집단과 분야에 대해서 전문적인 정보와 견해를 전달하는 언론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고도 하겠다. 또한 각 신문사 나름대로 전문 인력을 유지하면서 경영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개척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역신문사의 난립으로도 보인다. 이렇게 많은 지역신문이 정상적으로 언론활동을 하려면 각자가 특화된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체로 비슷한 의제들을 비슷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언론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고발, 해법 제시, 새로운 의제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많은 지역신문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 규모를 갖춘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인력의 전문성과 수익모델 확보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지역신문들의 과당경쟁은 자칫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지역신문사는 직필정론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구독료와 광고 등을 통한 자생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신문사들이 과당경쟁으로 내몰릴 경우 양질의 보도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재정적 안정을 기하기 힘들게 된다. 우량한 지역신문사도 지속적인 경영난에 봉착하면 보도의 질과 공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과당경쟁은 지역 언론생태계의 건전성을 훼손시킨다.

재정적 안정성을 잃은 지역신문은 지자체, 지역정치권, 토호세력과 유착하기 쉽다. 지자체에 대한 비판기능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지역신문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홍보예산 등을 받아 내거나 이권에 개입할 수도 있다. 선거철마다 특정 정치인을 직간접적으로 띄우거나 폄하하고, 토호세력의 각종 부조리를 눈감아주며, 기업의 약점을 이용하면서 이익을 탐하는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언론은 자유경쟁논리로만 접근할 영역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난립하는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신문사란 간판만 걸고 유사언론행위로 삿된 이익을 노리는 사이비 언론을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정부의 조치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언론의 자유를 빙자해서 자행하는 유사언론행위가 언론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강화의 효과와는 별도로, 영세하지만 건전한 신문사들이 위축되거나 진입장벽만 높여서 언론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인터넷신문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을 파괴하는 사이비 언론을 추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의 정비와 함께 사이비 언론을 척결하기 위한 지역 구성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지역신문사들의 자성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관공서의 보도자료를 지역신문이 전달하는 기능도 간과할 수 없겠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비판과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소통과 참여를 촉진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가치 있는 의제를 발굴함으로써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것이야말로 지방분권시대에 지역신문의 의무라고 하겠다.

홍보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지자체와 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도자료나 베끼고 배너광고나 실어주는 신문사에게 혈세로 조성한 홍보예산을 대충 나눠주는 것은 곤란하다. 오히려 위에 언급한 언론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신문사에게만 홍보예산이 집행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공신력을 갖춘 신문사가 적절한 비판 및 해설과 함께 지자체의 시책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정책이다.

무엇보다도 지역독자들이 지역신문들의 역할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역발전에 공헌하지 않는 신문을 근절시키는 시민의식의 발현이 요청된다. 할 말을 하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기사로 지역공동체의 소통과 발전을 이끄는 지역신문의 경쟁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옥석을 가려서 올바른 신문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지역공동체의 감시와 후원이 있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른 길을 걷는 지역신문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