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전을 들춰보면 「권리의 주체가 되며 인격을 가지는 자」 또는 「가장 이지적이고 도덕적 관념을 갖춘 만물의 영장」이라고 되어 있으나, 그와같이 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와같은 설명에 어느정도는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과연 사람을 가리켜 「권리의 주체가 되며 인격을 가지는 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이지적이고 도덕적 관념을 갖춘 만물의 영장」이라고 공헌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말의 어원이나 정의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뜻」은 그렇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마음이니 아이러니 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얼굴 모습이 제각각 다르듯이, 마음 또한 천태만상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의 일을 가지고서도 사람에 따라 각기 생각이 다르고, 그에 대한 행동도 다르다. 그러므로 어떠한 기준치를 정하고 ‘이거다, 저거다, 옳다, 그르다’ 하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국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람이 할 일이 있고 못할 일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문제는 사람이 그만큼 특별한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자기의 할 일과 못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또한 그 일이 못할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시적인 명예나 야망을 위해 스스로의 양심을 덮어 두고서 못할 일을 엄연히 저지르는 데 있다. 이는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하는 사람의 행위와 크게 다를게 없는 것이다. 그러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이 아닌 짐승의 일 때문에 고통을 받는게 아니라, 바로 사람의 일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되고 때로는 범민을 하게 된다. 그러니 알 수 없는게 사람인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라는 말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사실은 항상 명심해야할 귀중한 말이다. 인간이라는 한자어는 우리말로 하면 「사람과 사람의 사이」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뜻이니, 사람을 인간이라고도 말한다는 것은 본래 「관계」 속에서 살기 마련인 사회적 존재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하겠다. 오랫동안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만한 대인관계, 즉 인화(人和)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불화와 갈등으로 가득차 있으니- 불화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나, 세상은 불화와 반목으로 발전하고,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나, 지구의 도처에서 전쟁과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곳에는 항상 불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순한 이해관계의 대립만으로 불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싸우는 선수나 단체 사이에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으나, 그들이 반드시 불화의 관계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승진을 놓고 경쟁을 하는 직장동료는 이해관계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사이좋게 서로 아끼며 지낼 수 있다. 비록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다하더라도 감정의 대립이 없다면 불화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교류나 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는 불화나 갈등을 있을 수 없다. 사회적인 갈등이나 불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직·간접 관계에서만, 그리고 서로 접촉이 잦을수록 친화의 감정이 생길수도, 갈등의 감정이 생길수도 있다. 사랑과 미움, 친근과 갈등이 함께 공존하는 복잡한 인간관계는 다양하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정의하는 사전적 의미 이전에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 아닌가 한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들의 관계·갈등의 문제는 점점 각양각색, 어려워져만 간다. 현대인은 한 국가, 사회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서로 이해관계에 연결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외국 사람들과도 갈등은 더욱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몸에 병을 두고 살기가 어렵듯이, 사회적 갈등을 그대로 두고 살기는 매우 거북하다. 갈등은 해결을 기다리는 과제이며 바람직한 것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함이 최상이겠으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이며 녹녹치 않다. 병을 고치기 위하여는 의술이 필요하듯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요구된다. 병을 고치는 탁월한 의술의 의사를 우리는 명의(名醫)라고 부르며,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탁월한 사람을 우리는 성현(聖賢)이라고 부른다. 명의와 성현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요즘이 우리 익산의 현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