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지난 3월 23일 새벽 세월호가 바다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지 1073일만이었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보면서 뜨거운 무엇이 가슴에서 불끈거리고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상되었다. 사고 당시 아이들이 보냈던 긴박했던 동영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두 번 보기도 힘들었던 아이들의 모습들이었다. 세월호 사고 후에 찾아갔었던 안산 단원고의 교실 풍경들이 떠올랐다. 책상마다 놓여져 있던 꽃들, 편지들, 칠판 가득히 써있던 귀환을 바라는 절절한 글귀들과 사람들의 흐느낌들.

안산 합동분향소 풍경과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 있는 분향소의 풍경들도 떠올랐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고 꺼지지 않는 촛불을 만들어냈다. 그 가장 앞에 유가족들이 있었다. 유가족들의 마음고생과 눈물을 어떻게 다 얘기할 수 있을까? 유가족대책위의 제일 앞에서 서있던 예은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오랜 지인이었다. 스스로 내세울 줄 모르고 글도 잘 쓰고 정의감도 있는 양심 있는 중소기업가이자 참여시민이었다.

2014년 이후 4월 16일 이후에 유경근 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 날 이후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못들어가는 날이 더 많았고,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다녔다. 예은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예은이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와 국회에 얼마나 찾아갔을까? 거짓과 무시 앞에 수도 없이 무너졌다. 온갖 간담회, 길거리 농성, 시위, 토론, 온갖 매체의 인터뷰, 지방 강연 등을 다니며 호소하고 부딪히면서 그 영혼은 깨지고 또 깨졌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그의 글들은 피눈물 투성이다. 멸시 무시 온갖 음해와 억측의 절벽앞에서 결국에는 예은이에게 다짐하며 버텨왔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숨이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고 미안함에 아무 얘기도 건네기 힘들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다른 가족들이라고 달랐을까? 세월호 가족들의 눈물과 그 투쟁이야 말로 진정 인간 그 자체를 절규하는 몸부림이었다.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익산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계신다. 단원고 2학년이었던 천인호 군의 아버지가 익산여객에서 근무하신다.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3년을 지내며 가슴 졸였던 세월호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어땠을까?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는 바닷물만 만져도 딸을 만지는 것 같다고 울었다.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미수습자 가족들의 소망은 하나였다. 세월호 유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망이라니. 9명의 미수습자들을 반드시 모두 찾아서 가족들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

세월호가 물 밖으로 떠오르는 덴 하루도 안 걸렸다. 그동안 인양을 못한 걸까, 안한 걸까라는 질문은 매우 당연하고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와 새누리당, 현 정부가 국민의 불신을 피할 길 없다. 세월호 침몰시 구조과정, 그 뒤 수습과정에서 보여줬던 정부의 무능력과 불투명과 거짓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공격과 분열공작까지..... 박근혜가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7시간동안 수정했는데 세월호 침몰당시 청와대에서 7시간을 그렇게 보냈으면 지금과 같았을까? 김진태 등을 비롯해서 새누리당은 비용문제를 핑계 대며 인양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조직적으로 획책했다.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입찰도 오로지 제일 싼 값이 기준이었고, 지난해 1차 인양실패와 그 뒤 인양방식의 변경 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허비한 것도 결국 현 정부의 책임이다.

이번 박근혜 탄핵 촛불은 세월호부터 그 시작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지난 3년간의 처절한 노력이 없었다면 인양을 안했을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이 되지 않았다면 인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유가족들과 촛불시민들이 끌어 올린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잔존물까지 수습되며 향후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되고 진상규명하는 데 대한 대책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가족들과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조사주체를 형성하고 투명하게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세월호선체조사 및 보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근거해서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고 선체보존계획을 수립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국회가 선출하는 4명, 피해자단체가 선출하는 3명이 포함된 7명이 참여하는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전문성과 기술력이 인정받는 인사들로 구성되었지만, 전문성과 기술력 이전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입장이 더 중요하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입장이 우선이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볼 것이다. 특히 전 새누리당쪽에서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재발방지대책은 기술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인 모든 면에서 고찰되고 수립되어야 한다.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미래적 관점에서 폭넓게 질문하고 진상규명에 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선체조사를 포함해서 진상규명에는 해수부나 현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는 곤란하다. 그들은 조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와 병행해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절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세월호 진상규명에 다시 촛불의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