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지난 4월 14일 금요일 저녁 세월호 3주기 촛불문화제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익산 촛불행동을 함께 준비하고 이끌어왔던 익산 비상시국회의가 그 활동을 종료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익산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하고 겨울 내내 이어졌던 익산 촛불행동을 뒷받침해온 것에 대해서 익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익산 촛불은 2016년 11월 3일 익산시민 1,432명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촛불집회 13회, 시국강연 2회, 광화문 상경집회, 세월호 3주기 추모문화제까지 5개월 넘는 장도를 이어왔다.

촛불 초기 집회는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많은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발언도 하고 행진도 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에 최대 규모였고, 중고등학생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시위에 나선 것은 4.19 이후에 최초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시험공부에만 내몰려왔던 아이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일목요연한 현실 파악과 뚜렷한 발언과 행동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이런 아이들을 가만히 있으라고 세월호에 가두고, 교육현장에서 대상화하고 희생시키고 있다는데 대해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세월호에서부터 쌓여왔던 문제의식과 분노가 박근혜 최순실의 적폐와 정유라의 특혜를 보면서 청소년들이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촛불행동이 만들어낸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청소년들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를 아이들이 더 이상은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촛불들이 그러했지만 익산의 촛불도 6월 항쟁 이후 30년 만에 최대의 참여 규모와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만들어냈다. 촛불광장에 필요한 모든 것은 시민후원과 시민단체 분담을 통해 온전히 시민들의 힘으로 준비했다. 돌아보면 2014년 4월 16일 침몰했던 세월호 앞에서 울지 않는 국민이 없었다. 잊지 않겠다는 그때의 다짐이 2016년의 촛불항쟁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박근혜는 탄핵 구속되고 세월호는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 탄핵사유에서 세월호는 빠졌지만 역사적으로 탄핵의 시작과 마무리는 세월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촛불행동이 아니었다면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와 그 적폐 세력들에 의해 무너졌던 국가적 자존심과 사회적 신뢰를 국민들과 시민들이 인양하고, 오히려 훨씬 높이 세워 나간 사건이 촛불행동이었다. 극적으로 대비되고 드라마틱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을 규정하는 정초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촛불행동에서 국민들이 함께 요구해 온 것들을 하나하나 실현해나가야 한다.

세월호에서 미 수습된 분들을 찾아내 가족들의 품에 보내드려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서 실행해야 한다. 후손들이 두고두고 잊지 않도록 보고 느낄 수 있게 남겨야 한다. 그래야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났던 적폐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 적폐인가? 돈과 물질 만능주의이다. 권력 만능주의이고 정경유착이다. 독점과 독재이다. 이를 위해 만들어 왔던 온갖 허위와 관계들이다.

정치권력은 국민통합과 상생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함에도 정치권력 자체가 획득의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 정치 적폐의 본질이다. 지역정치도 중앙정치도 자유롭지 않다. 정당정치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치 엘리트들이 개인들의 권력 쟁취 각축장으로 정치를 비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총대선 때마다 떴다방 정당들이 횡행하고, 정치 엘리트들이 정당 갈아타는 것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비일 비재한 현실이다.

경제는 사람들이 함께 먹고 살아가는 영역임에도, 돈벌이가 경제활동의 유일한 기준인 것처럼 되고 있다. 시장경제는 경쟁의 공정성을 잃고 대기업과 재벌의 독점적 이윤 추구의 각축장이 되어 버렸다. 중소기업과 농민과 노동자과 자영업자들을 수도 없는 단계의 착취와 수탈구조 안에 가두고 빨대를 꼽고 있다. 공공경제는 시장실패 영역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함에도 비효율과 또 다른 독점의 아성을 쌓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실패와 정부 실패의 영역에서 시민들 스스로 자구적인 삶의 영역을 만들어 온 역사적 산물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이마저도 관치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공공경제, 시장경제, 사회적 경제가 각각의 건전성을 가지고 균형을 이룬 경제로 거듭나야 한다.

후진 정치가 독점 경제와 결합하면서 수십 년 동안 적폐를 쌓아온 것이 정경유착이다. 정경유착을 끊어내고 정치개혁을 기본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나가야 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5월 9일 대선은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투표에 꼭 참여해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뽑고, 차선이 없으면 최악을 피해야 한다. 특히 현실의 절벽 앞에 서있는 청년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투표참여가 꼭 필요하다. 정치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러 번의 TV토론이 남아있다. 또 공보물도 도착할 것이다. SNS나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도 정보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교육이 바뀌기를 바라거든, 정치와 경제와 사회가 바뀌기를 바라거든 투표에 참여하자. 정치인들은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얘기를 경청하게 되어 있다. 플라톤은 말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