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우리나라가 그간 겪어온 갈등과 분열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갈등 해소는 너무도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금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은 탄핵으로 공석 중이고 촛불과 태극기로 찢긴 국론은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채 촉박한 일정으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통합의 길은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 대치가 긴박한 상황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국론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갈등은 아주 사소한 원인으로 발생되기도 하지만 갈등에 대한 주장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대개 자신이 중심이 되어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작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정치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갈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1000명)에 의하면 응답자 중 약 90%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중 50%이상이 정치적 이념 갈등을 상징하는 보수 진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하며 이어서 계층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부부갈등이 뒤를 잇고 있다고 한다.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 조사에 의하면 갈등을 심화시킨 주체에 대해서는 정당, 언론, 정부 고위층, 대통령 순으로 응답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의 계기도 1940년대 후반 당시 정치 지도자들이 자기중심의 국가건설을 주장하다가 결국에는 각기 노선이 다른 길을 선택하여 가는 바람에 남과 북이 갈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각기 주장하는 대로의 국가 건설을 지향하다 보니 남쪽에는 대한민국 북쪽에는 공산집단이 들어서게 된 것이며 갈등은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아직도 분단갈등의 숙제를 풀지 못한 채 진행형으로 가고 있는 비극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 분단의 비극이 오늘날에는 전쟁 위협까지 몰고 온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스스로 제기하는 갈등에는 무엇보다도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나 우리의 현실은 항상 그렇지 못하고 있다. 갈등에 대해 언론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갈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애매모호한 의미가 있기에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갈등의 어원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갈등은 칡넝쿨의 갈(葛)과 등나무 덩굴의 등(騰)이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은 둘 다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르며 자란다는 점은 비슷하나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 칡넝쿨은 왼쪽으로 감으며 올라가는 데 등나무 덩굴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자란다.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은 감아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기 때문에 한번 엉키면 풀기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갈등 상황을 만들어낸다. 갈등은 상충된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에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풀리는 문제이다. 따라서 갈등은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갈등에 대해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갈등이 달성된 긍정적 사회와 그렇지 않은 부정적 사회의 모습으로 구별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보면 서로 간에 결속돼 있는가? 혹은 소외돼 있는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는가? 혹은 불신을 가지는가? 동료와 협조하고 사회에 참여하는가? 아니면 박탈감과 분리 감을 느끼며 분열과 갈등을 경험하는가? 소속감과 평등감을 느끼는가? 아니면 배 제감과 불평등을 경험하는가?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통신기술이 발달되어 네트워크화돼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시대에 정작 스스로 소통의 통로를 차단하고 격리돼 있는지 사려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탄핵정국 이후 국론 갈등은 극도에 이르렀고 대선 정국도 국론 갈등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하기에 대선의 중요성이 국민 개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국론 갈등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경제 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경험했다.

고용이 줄고 청년 실업이 증가하는 등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론 갈등의 과제는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수긍할 공정한 절차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언제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 해소가 결코 무원칙적인 봉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질서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하여 모두가 한발 물러서면서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산의 갈등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