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가뭄과 장마 그리고 홍수와 폭염으로 온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고 뜨겁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세월은 흘러 우리나라의 최고의 법인 헌법이 제정되어 공포된 지 어언 69년이 된 7월17일 제헌절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1945년 8월 15일은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광복을 맞이하고 1948년 5월10일에는 선거에 의해 구성된 제헌국회에서 헌법제정에 착수하게 되며 7월 13일 국회를 통과하고 7월 17일 국회의사당에서 당시 의장이던 이승만에 의해 헌법을 공포하게 된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 제헌절(制憲節)이다. 다음 해 1949년 10월1일에는 제정 공포된 국경일에 대한 법률에 따라 3·1절, 8·15 광복절, 10·3일 개천절, 10·9일 한글날 등 제헌절 포함 5대 국경일로 공포하여 2007년까지 공휴일로 지정되었던 것을 2008년부터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공포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경사스럽고 의미 있는 날들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 된 도리로 국경일에는 나라의 얼굴이요 상징인 태극기를 게양하고 국경일을 기리고 있다. 그리고 또 꼭 국기를 게양해야 할 날이 있다. 6월 6일 현충일(顯忠日)과 국치일(國恥日),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들을 생각하는 날이기에 조기를 달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며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날이 국치일이다. 이날로부터 나라 없는 서러운 날들이 36년간 지속된다. 한민족의 문화도 언어도 생활 습관도 풍속도 사라지게 되는 운명이 된다. 나라가 없어진 일제치하 36년 동안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국지사들과 그 당시에 우리 선열들은 뼈아픔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아픈 역사다. 그래서 8월29일을 국치일(國恥日)로 정하고 다시는 이런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기 위해 법으로 지정한 것이다. 법은 첫째로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고조선의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현행법 제10조에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로 기록되어 있으며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심사숙고하여 만든 헌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여야 한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 번지는 속담에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나돌아 우리나라 법은 옻나무 법이라는 등, 법을 믿지 못하겠다는 용어들이 난무함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옻나무처럼 타는 사람은 타고,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 되는 그런 법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다. 만인에게 공평한 법이 되어야 하거늘 언론 또는 정치에 휘둘려서 갈팡질팡 대는 법 집행의 형태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법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는 율령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제정 선포함으로써 국가체제를 정립하였으며 1485년 조선의 경국대전에도 우리 헌법의 요소라 할 수 있는 민본주의 인권존중, 평등사상 및 복지주의 정신 통치구조가 들어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은 1895년 최초로 통치자가 자주독립을 선포하고 명확한 민법 및 형법을 제정하여 엄밀한 법 규정에 따른 처벌의 제한과 입법 목적으로서의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처럼 법에 따라 운영되어 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날에 와서 보면 국민들과 함께 호흡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국경일에 우리나라의 상징이요 얼굴인 태극기 게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여 나라의 고마움을 국민들과 함께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경일은 당연히 출근 안 하는 날, 학교 안 가는 날, 회사도 휴무하는 날 그리고 여행을 가는 날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의미 있고 뜻있는 날이기에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국경일에는 태극기부터 게양하는 습관을 하나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과거 역사에 왜 매달려야 하나 하는 사람도 있고 과거보다는 미래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 아니냐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과거가 없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는 순수한 논리를 생각한다면 의당히 기억하고 미래 삶의 교훈으로 여겨야 할 역사적 사실이기에 갑자기 헌법의 소중함과 국민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살아간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무더운 날씨와 짜증스러운 여름날에 국경일을 생각하다 보니 그 근거가 되는 헌법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되어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혜롭게 건강한 여름을 잘 보내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