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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우리의 농촌이 먹고사는 일에 전념했던 어려운 시절에 우리 농촌의 대표적인 부의 상징은 소였다. 그래서 소는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면서 재산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겼다. 소가 먹이를 잘 먹지 않거나 아프면 온 가족이 걱정을 해야만 했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 소를 옮겨 매고 물을 먹이는 정성도 함께 했으며 소가 풀을 실컷 먹은 다음에는 소를 방죽으로 몰고 가 물을 먹였다. 소가 먹이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우리 농촌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소를 정성껏 보살폈다. 소는 무작정 많이 먹지 않으며 적당히 먹으면 풀도 물도 더 이상 먹지 않는 영특한 동물이다. 소를 기르는 농가에서 소가 새끼를 갖게 되면 온갖 정성을 다 들인다. 집안의 부가 늘어나는 일이고 나아가서는 집안의 자식들을 가르치는 자식 공부의 밑천이 늘어나니 경사로운 일로 즐거워했다. 소는 덩치가 크고 눈이 유난히 크면서도 맑게 보이며 그래서인지 겁이 많고 민감하다. 소는 농촌에서 농사 짓는 일에 사람보다도 더 일을 많이 했다. 이른 봄부터 늦은 겨울까지 힘들고 무거운 일은 모두 소와 함께 농사일을 해왔다. 그러한 소 대신 등장한 것이 경운기다. 점점 경운기는 소가 하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그래서 일하는 소는 점점 사라지고 사육소만 남아있는 우리네 농촌 모습이 오늘의 농촌 모습이다. 또한 소는 우리 사람에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버릴 것이 없이 모든 것을 인간에게 다 주고 죽어간다. 그러한 소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년도에는 김영란 법 여파로 한우 선물세트가 외면당했고 지난 2008년도에는 광우병 촛불집회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소가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말 못 하는 소를 끌고 정치판에 간 것일까? 이번에는 소에게 치명타가 되는 구제역이 소를 피눈물 나게 하고 있다. 지금 전국의 소들이 위태롭다. 소가 사람들에게 말을 한다면 비좁은 사육장에서 충실하게 자라서 죽을 때는 모든 것을 사람에게 바친 죄밖에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도 소가 잘못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소에게 물 백신이라니 억울하다고 소는 말할 것이다. 소도 백신 주사를 맞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젖이 덜 나온다고 하는데 그래도 제대로 백신 주사를 맞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소는 말을 할 것이다. 구제역이 확산일로에 있다고 하니 아무리 말 못하는 소라도 대우를 제대로 해야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된다. 2010년에 소 353만 마리가 매몰당하였다. 소는 욕심을 내는 동물이 아닌데 인간의 욕심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방역에 총 집중하여 확산을 막아야 하는 일은 당연히 사람의 몫이다. 금번 농림 축산 식품부가 발표한 구제역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2015년 방글라데시에서 2016년도에는 러시아의 바이러스가 그리고 2017년도에는 베트남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연천지역의 바이러스와 동일하다고 했다.

이 말은 구제역이 해외에서 유입되었다는 의미가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출입국 검역과 이동방역을 제대로 했다면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2000년 구제역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소독과 백신 접종, 살 처분과 매몰, 농가 생계 지원비 등 눈앞에 닥친 방역과 수습에 전념을 해 왔으며. 여기에 들어간 금액이 3조 3,192억 원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 현재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가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우리 앞에 늘비하게 펼쳐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3,312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생이별할 때 소는 큰 눈으로 쳐다보면서 혹시 나에게도 저런 일들이 닥쳐오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 차례라고 하니 소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무지가 저지른 자연 파괴라고 생각하니 다음 차례는 우리 인간들의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재앙이 오지 말라는 법은 아마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재앙의 답이 북한의 핵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치할 것인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기에 북한 핵을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우리 경제는 어떨까?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대선주자들은 입만 열면 빚 불릴 말만 한다. 빚을 내 돈을 나눠주면 아우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가장 어려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말은 왜 하지 않는지? 소 잡아 잔치판을 벌리겠다는 것인지? 그런 방법이라면 나라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소가 죽어가는 모습을 방관한다면 나라의 쇠망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하루에 500마리의 소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인류 재앙은 우리 주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