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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요즈음은 뜸하지만 길을 가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같은 경우 이런 사람에게 말려들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돈을 뜯기거나 오랜동안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했다. 인터넷에는 그와 같은 경우 대처하는 방법으로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물으면 "너는 아니?"하고 신경질적으로 되묻는다든지,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이미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의 뜻을 아느냐? 라고 되물어 상대를 당황케 하고 피해가는 이야기 등이 소개되고 있다. 도(道)의 의미를 사전에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종교적으로 깊이 깨우친 이치나 경지", "무술이나 기예 따위를 행하는 방법" 이라고 간략하게 적고 있지만 도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머리수(首)와 책받침으로 이루어진 道는 여러 갈래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로 고뇌하는 모양이며, 중국에서 도는 수천 년 전부터 최고의 선(善), 무상(無上)의 진리로 자리 잡았으니, 노자와 장자의 역할에 의해 도(道)라는 무형의 가치가 중국의 정신 사상에 중요한 본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도가에서 말하는 도가 우주적 범주를 지닌 것이라면,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도는 인간의 도리를 앞세운 인륜의 범주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한다. 노자와 장자가 도에서 만물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운용되는 과정에 관심을 보이면서, 초월지(超越智)를 이상적인 것으로 제시한 반면, 공자는 도가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 그리하여 "사람이 길"을 넓힐 수 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人能弘道費道弘人)라고 가르쳤으며 주희(朱熹)는 "도란 모든 사물이 당연한 이치를 이름이요.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미 않아야 할 길이다"라고 쓰고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미래가 불확실한 요즈음 선거 열기가 뜨겁다. 필자는 본의 아니게 1개월 전 선거판에 뛰어들어 곤욕을 치르고,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사연과 지적, 실수, 심지어 도덕적 문제에 이르기까지의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되었다. 수많은 입후보자들이 오르내리며 자고 나면 바뀌고, 종편에서는 하루 종일 입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고 있음을 본다. 정치 지망생들의 도덕적 가치관이나 청렴도는 우리 동양에서는 아주 중요한 덕목의 하나였으나 출마(出馬)의 반대는 역마(逆馬)인데 직역하면 말을 거꾸로 한다는 뜻이다. 백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적 출세나 욕심 때문에 출마한 사람을 비꼬아서 표현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어의 "Candidate"는 입후보자를 말하는데, 원래는 흰옷 입은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라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여름엔 순백색 두루마기를 입고, 겨울에는 새하얀 털옷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즉 권력이나 금전을 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흰옷을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표시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서고금을 통하여 입후보자들은 청렴하고 권력이나 돈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하얀 마음과 자세의 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요구했던 것이다. 출마해서 다행히 당선된 사람을 우리는 선량(選良)이라고 부른다. 백성이 뽑은 어진 선비라는 뜻이나 이 말은 중국의 한(漢)나라 때부터 쓰였는데, 현량(賢良方正)하고 효렴(孝廉)한 관리의 후보를 가리켰다. 어질고 반듯하며 청렴한 후보라는 뜻이다. 참된 선량의 조건으로는 육덕육행(六德六行)이라는 12가지의 항목이 꼽혔다. 육덕은 지(知), 인(仁), 성(誠), 의(議), 화(和), 충(忠)이고 육행은 효(孝), 우(友), 목(睦), 겸(謙), 임(任), 휼(恤)이다. 영국의 의회를 말하는 "The parliament"의 어원은"대화하는 곳"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parlement"이다. 미국의 의회"The congress"의 어원은 모이다 라는 뜻의 라틴어 Congredi인데, 이것을 함께(con)와 나아가다(Gradi)의 합성어이다. 따라서 통서고금을 막론하고 의회란 어질고 깨끗한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곳이다. 이제 곧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가 닥쳐온다. 많은 후보자가 목청을 높여 표를 호소하고, 당선되어야 할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현란한 말잔치 속에서 우리 예술인들은 특별한 감각을 통하여 눈과 귀를 크게 열어 듣고 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흰옷인지, 검은 옷인지 출마인지 역마인지, 나아가는 사람인지 되돌리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구분해 선택해야겠다. 익산 예술인 만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