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하루 하루가 역사적인 시간들이다. 드디어 이 글의 투고시간 이후인 내일 2017년 3월 10일(금) 오전 11시 헌재의 탄핵심판결정이 내려진다. 익산의 지인들과 역사적인 생중계를 함께 보기로 했다.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상식적인 결정이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국민의 촛불이 주권자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 벌어졌다. 추운 한 겨울이 꼬박 지나도록 4개월 넘는 시간동안 15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기적과도 같은 평화적인 직접행동을 만들어냈다. 주권재민의 헌법적 질서를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헌재의 판단이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감동이고 자부심이다.국민들은 이미 박근혜와 현 정권을 탄핵했다. 이제는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남북평화, 경제민주화와 성장 동력의 확충, 보편적 복지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시작해야 한다. 정권교체이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서 백가쟁명의 국민의견이 표출되고 수렴되어야 한다. 그 귀착지는 국민기본권을 어떻게 보편적으로 보장하고 신장시킬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민촛불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촛불이후 조성된 현격한 여소야대국면의 지난 2월 한 달간 정치권은 개혁입법하나 특검연장법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교대에 그칠까봐 근심이 커진다. 설상가상 사드배치문제가 대한민국을 구석 구석 흔들고 있다. 사드배치에 관한 국회 여야의 이견도 매우 크고, 그 후유증이 어마어마해 보이는데도 속전속결 밀어붙이고 있다. 헌법질서를 유린한 공범으로서, 최소한의 관리역할만 해야 할 탄핵직전의 박근혜 행정부가 황교안을 중심으로 월권적인 행위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은 시진핑주석을 만나서 사드배치 계획 없다고 해놓고 열흘 만에 사드배치 추진함으로써 신뢰에 먹칠을 하고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안보를 미명으로 외교안보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보복에 경제적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도내 화장품, 식품기업들도 통관자체가 막히고 있고, 투자유치나 관광객유치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 SOS를 치는 것 말고는 무대책이다. 국정농단에 이은 박근혜 행정부의 국가안보농단이라 할 만 하다. 탄핵의 문제가 국정농단과 사익추구의 문제였다면 사드문제는 미 중 G2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과 남북문제까지 끼어 있는 복합적인 외교안보문제이다. 남북대결의 악순환에다가 미국과 중국 G2 의 대리전선까지 끼어들어 화약고 앞에 서있는 것 같은 불안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만정부의 경우 사드배치에 대해 자주국방을 기치로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강대국들의 대리전에 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행정부의 사드강행배치는 탄핵이후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적폐가 될 것 같다. 이럴때 일수록 종합적인 성찰과 균형 잡힌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남북대결구도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누구일까? 지금의 안보불안은 군사적인 억지력 부족 때문인가? 안보와 평화가 군비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평화인가 통일인가 무엇이 우선인가? 지금 필요한 질문들이다. 남북관계의 기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남북관계의 주도자는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어느 면에서도 강자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군사적 대결과 압박으로는 더 악화된다는 것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충분히 증명된 일이다.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군사적 대결국면을 완화시키고, 끈질기고 인내력 있게 평화를 증진해 나가는 길이 안보전략의 절대적인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전환을 중심으로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안보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사드를 통해 북핵 미사일을 막겠다고 하는데, 사드가 한 번도 핵미사일을 실전에서 요격해본적도 없거니와 남북의 좁은 대치거리에서는 사드의 실제적 효용성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북핵미사일을 요격해야 하는 전쟁 상황이 닥친다는 것은 장사정포를 비롯한 어마어마한 재래식 무기까지 한반도가 회복 불가능한 파괴로 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결단코 그렇게 가서는 되지 않는다. 결국 사드배치는 현재와 같은 남북대결구도를 전제로 한 선택일 뿐 아니라, 사드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계속된 정부와 미국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결국 북핵 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인 미사일방어망 MD체계의 1단계 전개가 본질인 것이다. 그런 인식을 배경으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훨씬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한반도는 전쟁 무기 앞에 더 노출될 것이다. 남북대결구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부족한 것은 군사적인 억지력이 아니고 평화를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이다. 남북평화의 큰 에너지원이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외교안보 자해행위였다. 평화가 깨진 통일은 있을 수 없다.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이다. 지금과 같은 대결과 군사적 긴장의 격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잃을 것이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사드는 남북의 대결구도를 핑계 삼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부일 뿐이고,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에 들러리서는 이 어리석은 선택은 되돌려져야 한다. 현재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해결해야 한다.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은 사드배치를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사드는 박근혜 적폐청산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