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1600만 민중이 참여한 촛불 혁명의 막이 열렸다. 온 국민을 경악케 한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킨 최순실 일당이 재판에 회부됐고, 그동안 치외법권이라던 삼성공화국 후계자 이재용이 구속됐다. 마침내 국정농단의 핵이었던 박근혜가 파면되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전방위적으로 망가졌다. 북핵에서 촉발된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열강들의 세력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의 외교적 리더십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구한말 한반도 정세가 재현되는 듯하다.

경제는 또 어떠한가? 갈수록 일자리와 소득은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경제는 파탄 일로에 있다. 반면에 극소수 재벌과 기득권층의 곳간은 쌓여만 가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왜 국가안보의 불안과 민생 피폐가 일어났는가? 그 원인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에서 찾을 수 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치를 무관심과 감성적 이기주의로 대한 우리 국민들의 태도 때문이다. 이런 정치풍토에서 위국헌신을 본분으로 하는 정치인과 공직사회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서 그들이 득세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세력과 그들과 공생했던 세력들까지 밝혀냄으로써 다시는 이런 악의 세력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다. 이런 시대적 사명을 거스르는 세력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역사와 법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향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방 선거를 통해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국민적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아적 이기주의와 어쭙잖은 이념 논리에 매몰됨으로써 대한민국 재건의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국민적 소통을 통한 화합을 기반으로 강력한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만 한다. 이런 개혁적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국가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모두가 살아갈 만한 세상, 힘이 없어 억울함은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은 단지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때문에 타오른 것이 아니다. 멀게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독재정부의 억압과 부도덕한 정권의 난정(亂政), 기득권층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서 비롯됐다. 가까이는 이명박 정권의 사자방 비리로 대변되는 권력형 비리와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와 민주주의 말살에 대한 분노에서 일어났다.

국민적 비판과 저항의 여건이 성숙된 가운데 국정농단 사태가 불씨를 당긴 것이다.

지난 겨울동안 촛불을 밝힌 초는 그동안 이 땅에서 사람 살 만한 세상을 꿈꾸는 민초들의 한이 서린 고혈(膏血)이며, 땅에 떨어진 촛농 방울방울 모두 민초들의 피눈물에 다름 아니다. 어둠을 밝힌 촛불의 그림자 속에는 정의로운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억울한 혼령들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민초들의 한이 다하고 피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바람으로도 국민의 가슴속에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비록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 있지만 지금의 위기를 촛불의 힘으로 극복하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국민적 염원을 모을 수 있다면, 능히 열강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국가의 안위를 지켜낼 수 있다. 공정한 원칙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경제 질서가 자리 잡는다면, 비록 단기적인 고통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민의 의지이며, 국민의 힘을 통합하여 승화시킬 정치적 리더십이다.

우리는 국가안보와 사회정의를 저버린 집권자를 몰아낸 승리의 경험과 함께 그들이 나라를 이토록 분탕질하도록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어떤 세력의 불순한 음모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5월 9일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촛불의 정신으로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정도는 되는 상머슴을 선택하자. 그리고 난 후에 국민의 이름으로 상머슴을 비롯한 머슴들을 감시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갈 수 있는 헌법적 장치를 만들어보자. 그래야 살 만한 나라를 만들자는 촛불 혁명을 이뤄갈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촛불 혁명은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