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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희망을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봄이다! 완연한 봄의 길목에 서서 간절한 바람이나 조그만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이 어수선한 사회가 좀 차분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조그마한 희망이 있다면, 그래도 참고 견디며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은 오늘이지만 오직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국정농단이나 경제적 부실정책 등 위정자들의 편견과 사욕으로 인하여 짓밟힌 가장 큰 피해자는 선량한 우리 예술가들이 아닐까 한다. 블랙리스트에 포함,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예술인들의 간절하고 피맺힌 절규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후보자는 보이지 않고 정치적 계산에 표 얻는 쪽으로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들은 상처받는 국민들과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들은 안중에도 없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니까 그 따위로 충성하고 빗나간 사고에 반성은커녕 자신의 억울함만을 반복하고 있다.

비좁고 어려운 대학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온 예비 예술인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자로서 수십 년을 몸부림쳐도 제 앞가림은 물론이고, 처자식 먹여 살리기도 어렵고, 더욱이나 여유 부리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어느 직종이 대학을 나와 자기 전공분야에서 수십 년을 종사해도 변변히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이 들까? 생각해볼 일이다.

관료들은 국민이 낸 세금을 자기 것 인양 재단하고 선심을 쓰듯 배부한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엄두도 못 내고, 제도권 저 멀리 떨어져서 불 건너 구경이나 하고, 이란의 부류들은 보조금 얼마라도 받아서 활동해 보려고 혈안이 되어 충돌한다. 30년 전이나 오늘이나 전업률 5%도 안 되는 예술계의 척박한 현상은 요지부동. 50여 년 전 아버지의 진단은 정확하게도 불행하게도 적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예술계의 지도자들과 관료들은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었을까?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고용과 시장 키우는 일이 너무 당연한 가치일진대, 통치자와 주요 리더들은 그 중요성, 진정성은 어디에 두고 사욕과 사유화에 집중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결과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국민들 가슴에 커다란 상처의 비수를 꽂았으니. 이 아픔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행여나 미안해하기라도,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보는 것도 순진한 우리의 생각이고,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방어를 위한 거짓으로 견고한 벽을 쌓고 뻔뻔함으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의 주시와 관심을 받는 리더의 덕목은 첫째가 정직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론 지혜일 것이다. 지식이 충분치 못하더라도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혜의 샘물로 모든이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셋째로는 헌신이 아닐까 한다. 앞에 나선 지도자이니까 솔선수범하는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직, 지혜, 헌신의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하면 신뢰라는 보너스는 자동으로 얻게 되나니. 정직, 지혜, 헌신, 신뢰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도자의 자산이 아닐까 확신해 본다. 시민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소망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소박한 것들이 아닐까. 잘못된 리더들이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잘못된 모습, 즉 남의 탓, 내 탓이 아닌 무책임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미 우리들은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았는데도 진정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는 말, 내 탓이라는 양심은 사라지고 그 그림자도 볼 수가 없으니 더 허탈하고 화가 나고 망연자실, 희망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이러쿵저러쿵 오늘을 사는 우리 예술인들은 오늘이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숨 가쁘게 살아야 하고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인이 선택한 팔자라서 꾸역꾸역 현실과 타협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며 그 무엇을 갈구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과 상처들은 결국 바람처럼 지나갈 것이고, 이 악업들을 선업으로 바꾸어 가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주 조그마한 제안, 창안이라도 함께 관심을 갖는데서 희망은 시작될 것이니. 망연자실 서있지만 말고 누구 탓하지 말고 뛰어보자. 그것이 창작의 시작일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