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성당포구는 세곡을 모아두고 서울 마포 나루에 실어 나르던 조창이 있던 곳이다. 고기잡이가 일상이었고 소농들이 농사를 병행하던 포구였다. 고깃배며, 세곡선이며 사람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한 마을은 조창이 폐쇄된 후 쇠락의 길을 걷고 금강하구둑이 들어서면서 포구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더구나 힘겹게 개간했던 하천부지마저 4대강 사업으로 수용된 후  농업기반이 대폭 축소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런 성당포구지만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일구기 시작했다.

성당포구 마을만들기는 전통테마마을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했다. 전국 대부분의 마을이 겪게 되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성당포구 마을이라고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마을주민들의 고령화, 공동 경영에 관한 경험 부족, 경영능력과 전문성 부족, 주민사이의 갈등, 수익 창출의 어려움 등 전국 어느 지역 마을만들기 과정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문제를 똑같이 안고 있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전국 곳곳의 마을들이 있지만 위에 열거한 이유로 인해 자생력을 갖춰 성공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사실 벤처기업이 아이디어로 승부해도 성공률이 극히 낮지만 마을만들기 사업은 마을 공동경영이라는 쉽지 않은 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사업을 성공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포구 마을만들기는 이제 자생력을 갖추고 자립화의 단계로 진입했다. 어찌 보면 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마을만들기 모범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만들기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성 부족, 주민갈등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당포구 마을만들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성공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학습과 부단한 노력으로 마을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농사만 짓던 주민들이 경영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공동 경영이 어디 쉬운 일인가? 부모형제나 친척끼리 사업을 함께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동업 혹은 공동경영인데 하물며 농촌주민들이 마을경영을 공동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부단한 학습과 교육으로 부족함을 메워가며 공동경영의 성과모델을 만들었다.

둘째, 갈등해소를 위한 지난한 노력이다. 주민들은 평생을 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살림살이, 성격, 각자의 특징과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살다보면 상대와 다투기도 하고 무수한 허물을 보게 된다. 그러니 갈등은 어느 마을이나, 어느 집단이나 일상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시골일수록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아픔과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갈등해소 훈련을 많이 받지 못한 시골 주민들은 상처를 안고 사는데 익숙하지, 해소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공동 경영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당포구 마을주민들은 더 큰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참여와 인내로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해 왔다.

셋째, 투명한 경영 및 이익의 분배와 환원으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추진되고 있지만 성공하는 마을이 많지 않다. 설사 성공이라 해도 공동 경영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개인 사업장화되는 곳이 많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경영, 이익의 분배와 환원을 성취하는 마을은 더더욱 흔하지 않다. 성당포구 마을은 공동 경영, 수익의 분배, 일자리 창출에 있어 모델이 되고 있다. 공동 출자, 공동 경영, 공동분배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일이다.

넷째, 전문가를 비롯한 제 주체들의 협력을 잘 이끌어 낸 것도 성공요인이다. 돈이 없는 마을에서 정부의 재원을 확보하고 전문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컨설팅이 결합하면서 성당포구 마을만들기는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정부 예산 지원이 끝나면 자생력과 자립화를 이루지 못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조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전문가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상시 컨설팅을 한 점은 성공의 핵심요인이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길은 멀다. 마을공동체 강화와 경영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를 실현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민에 의한 경영, 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완전한 복지공동체로 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목표를 위해 오늘도 주민들은 성당포구의 내일을 설계한다. 성당포구 마을만들기의 성공이 전국의 모범이 되길 소망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