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희망연대 대표를 맡아 온지도 이제 10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대표를 맡았었는데 세월은 흘러 독재 아닌 독재를 하고 있다. 나는 가끔씩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칭찬은 아니더라도 욕은 먹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 좋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오래 하다보면 당연히 나오는 이야기여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사무국의 실무간사들이 내가 여러 자리에서 너무 강하게 이야기 한다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함께 일하는 실무간사들이 이렇게 이야기 할 정도면 그 정도는 심하다는 뜻이다. 나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시민단체 10년을 하다 보니 모임이나 회의도 많아지고 회원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런 자리는 당연히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이 나오고 책임이 요구되는 말들도 오간다. 시민단체 초창기에는 그런 회원이나 시민분들의 부탁이나 조언, 충고를 들으면 대부분 고려해 보겠다고 하며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시민단체에게 하는 요청이나 조언이라는 것이 거의 좋은 일 해보자는 것이니 부정적으로 대답할 필요도 없고 괜히 안 좋게 대꾸해서 기분 상하게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Yes나 No로 분명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Yes면 언제부터 가능한지, 어떤 방식이 좋을지, No면 왜 어려운지, 무엇이 문제인지 상세하게 답한다. 그리고 내 생각이 무엇이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 이렇게 했더니 언젠가부터 “김대표가 대표를 오래 하더니 목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아?”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분도 계셨고 “너무 쉽게 단정지어 말하는 것 아니에요?”하며 서운해 하기도 한다.

솔직히 스스로도 내가 변한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건 변한 것이 아니다. 회원이 100-200명이었을 때는 솔직히 립서비스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500, 600, 700명의 회원이 있는 단체의 대표는 그 책임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회원으로부터의 눈도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희망연대를 여러 시민단체 중 하나가 아니라 영향력있는 시민단체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명하고 정확히 우리의 생각을 나타낼 필요가 있었으며 회원들에게도 분명하고 정확히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다. 단체 자체의 위상이 커졌기에, 나의 한마디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좋네요.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럽시다. 그렇게 하죠.”라는 한마디는 단순히 인간 김정필이 아닌 이미 위상이 높아진 희망연대 대표의 발언이었다. 책임지지도 못 할 말을 난발하고 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립서비스를 해주면 상대방도 나도 그때는 좋다. 동조해 준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히 상대방은 좋을 것이고 분위기가 좋으니 나도 기분 좋다. 어떤 경우는 상대가 대우까지 해 준다. 그러나 시간이 흘려 전혀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신뢰의 무너짐은 말은 안 하지만 크다. 단순히 개인에 대한 불신을 넘어 그 단체에 대한 이미지마저 안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표하는 자리에서는 정확한 이야기만을 내 놓으려고 애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립서비스의 달인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도 약속의 문제가 얼마나 컸던지 “말뚝 뽑는 총학생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당선됐던 학생회가 있었다. 공약을 말뚝에 새겨 박아 놓고 실천하면 하나씩 뽑겠다는 것이었다. 순수하다는 대학생들이지만 지키는 않는 공약 난발, 약속 난발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공약이었다.

요즘은 약속의 불이행이, 립서비스의 횡행이 하도 심해 이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런 상황이지만 우리의 무심한 행동이 사회를 더욱 불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논어 학이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세련된 말과 의젓한 모습이 어짊인 경우는 드물다.”

司馬牛問仁 子曰 仁者 其言也인 (논어 안연편)
사마우가 어짊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진 자는 그 말이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