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새정치에 대해 글을 쓴 것이 꼭 한 달 전인데, 그 사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안철수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통합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번에 요즘 정치가 국민들의 염원인 새정치에 대한 내용은 없고 자기 뽑아 달라는 사람만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새정치 신드롬을 만들었던 안철수 새정치연합위원장이 전격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안철수 위원장은 민주당과의 정책적 연대는 있어도 정치공학적 결합은 없다고 누누이 말해 왔기에 더욱 놀랍다.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약속이행을 첫 번째 새정치라고 주장하며 통합의 정당성을 밝히고는 있지만 솔직히 통합 자체가 과연 새정치인가라는 의문이 들기에 어딘가 모르게 찝찝하다.

그러나 통합선언 이후 지지율의 상승이 보여주듯이, 거대 여당에 무기력한 야당의 형편을 보면서 야권통합을 바래왔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희소식일 것이며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아니 이런 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곧 선거인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야권분열로 인한 선거 패배란 정치공학적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에 지금의 수순은 조금은 어색해도 당연한 것이며 좋은 일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로 위태위태하자 정치적 연대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았다.

나는 정치전문가도 아니고 오히려 정치에 조금은 중립적 입장을 취해 온 시민단체 사람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판단하기에는 나의 지력(智力)이 떨어진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몇가지는 있다.

첫 번째, 안철수 스스로가 외쳐왔던 새정치라는 의미가 일부 퇴색된 것만은 사실이다. 안철수 본인은 민주당안에서도 새정치를 말할 수 있고 아니 더 나아가 민주당을 새정치의 본산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의 일이고 현재는 그동안 본인이 늘 강조해 왔던 새정치의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기존 정치권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정치공학적 방식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것은 반민주당을 외치며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고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런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도 같다.

두 번째, 그러나 어려워져 가는 정치의 형국을 보았을 때, 새정치의 불씨를 살리고 생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은 아니지만 훌륭한 차선일 수 있다. 일정 정도 욕을 먹더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새정치란 단순히 이상론일 뿐이며 현실이 아닌 허울 좋은 외침일 뿐 일 가능성이 있기에 진정 현실에 바탕한 정치를 해 볼려는 노력일 수 있다. 실제로 이번의 계기로 죽어가는 민주당이 기사회생했으며 인물난으로 큰 곤경에 처한 안철수 신당에게는 여러 인물군을 주위에 들 수 있는 계기를 삼은 것이다.

세 번째, 결국 어떤 판단이 옳은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알 수 없다.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단순히 선거에 이기느냐를 넘어 새정치라는 구호가 자리잡도록 해야 역사적인 통합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존에도 수 많은 연대와 연합, 통합이 있어 왔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에 어떤 인물들이 나오는가, 어떤 공약들이 나오는가부터 시작이다. 한마디로 이번 통합에 시민사회는 우려와 기대를 같이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각 지방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보여질 가능성이 높기에 정말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 이런 이유는 우리 정치에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당이 세워지지 못하다 보니 자체적인 개혁은 꿈도 못 꾸고 외부의 영입이나 연대로만 생존 가능하며 새로운 인물은 자라지도 못하고 정치에 대한 노하우나 전문성도 떨어진다. 선거때만 잠깐 바뀌고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변모하는 것이 우리 정치다. 정치는 일상이다. 일상이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이며 이벤트일 뿐이다. 우리 시민사회도 선거때만 간섭할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계속 정치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런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형성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과연, 익산은 이번 통합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