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우리나라에는 정치 과잉이 심하다. 정치 과잉이 무슨 말인가 의아할 수도 있고 아직 정치의 중요성을 모르는 헛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분명 정치 과잉이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아니 집착한다. 특정 정당, 후보자와 자신을 하나로 보는 관념이 매우 심하다. 그의 성공이 내 성공이고 내가 만든 것 같고 내가 당선된 것 같다. 반대로 싫어하는 정당이나 싫어하는 인물은 죽을 때까지 싫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실재적인 활동을 비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냐 적이냐로 판단한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된다.

정치 과잉 현상은 대체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어려울 때, 후진국일수록 많이 나타난다. 사회가 발전 할수록, 정치가 발전 할수록 국민생활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력과 비중은 줄어든다. 선진국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고 우리나라만 해도 많이 줄었다.(하지만 경제수준에 비해서는 과잉이다.)

우리 의식속에는 정치와 나를 하나로 인식하는 정서가 많이 남아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안 되면 상대편 욕하고 심지어 의욕마저 잃는다. 스스로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적극적으로 뛴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인데도 그런 경우가 많다. 자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닌데도 지나친 관심을 보임으로써 남 탓하게 되고 비판, 비난하게 되고 의욕까지 상실한다.

정치!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반경을 좌우하고 사회의 발전방향을 규정짓기에 중요하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권한이 왜 정치인들에게 있어야 하는가? 누가 과연 그런 권한을 부여하였는가?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을 위해 일하라도 뽑았을 뿐인데 말이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그런 권한을 늘려만 갔다. 자신들의 권한을 계속 스스로가 늘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권한으로 다시 국민을 규제하게 되므로 우리는 다시 정치에 열광하게 된다. 잘 뽑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 스스로가 정치를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바가 너무 크다. 다른 사람과 사회를 규제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를 바라는 바가 너무 크다. 그래서 악순환이다.

솔직히 정치에 열광하지만 사람 몇 명 바뀌었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도 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대부분 실망으로 끝났다. 물론, 우리는 그 이유를 상대편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가 상대편이 없을 수 없으니 결과는 항상 같을 것이다. 아니 한 정당이 영구집권하다시피 하는 이 지역은 어떤가? 사람이 바뀌면 정말 생각한 만큼 바뀌는가?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변화이다. 사람에 대해서는 실망할 수 있지만 지나고 보면 실제로 달라진 점이 있다. 느리지만 5-10년을 거치면서 사회는,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게 된다. 바로 이것이 시스템의 힘이다. 이 시스템은 한 두 사람이 만들기도 하지만 여러 사회운동을 통해서 바뀌어지고 만들어 진다. 시스템은 한번 변하면 쉽게 과거로 돌아가지 않지만 사람의 변화는 쉽다. 사회의 변화를 진정 바란다면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에서도 세력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교체가 필요하다. 세력의 교체는 끊임없는 갈등만을 양상하고 퇴행화시킨다. 그런데, 우리는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세력의 변화를 꿈꾼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팔일편)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오랑캐 나라에 임금이 있음도 중원의 임금없는만 같지 못하다.”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러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꼭 이번 선거가 아니더라도 선거가 끝난 후라도 6기 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익산이 진정 나아가야 할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