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병 옥

비라도 오지마라.  바람이라도 불지마라.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오늘도 하늘은 찌푸린 얼굴에 금방이라도 비라도 내릴 것 같은 기색이다.

지금도 진도 앞바다에선 인양선을 기다리는 수많은 학부모의 통곡과 온 국민의 바람을 고스란히 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미약함에 절망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우리는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항상 안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산다. 버스는 버스기사를, 기차는 기관사를, 이들 모두에게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것도 하루에도 몇 번인지 조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담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맡기는 나의 생명이 어느 날 한순간에 믿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어찌하면 생명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생존문제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정말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단지 신뢰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재앙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수많은 믿음 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배안에서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생명들도 믿음을 가지고 맡겼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어리석고 잘못된 판단이 된다 할지라도 무엇인가는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희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이들은 안 되는 이유만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국가 기관과 권력을 가진 모든 이들이 갖은 이유로 걱정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기도밖에 할 게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마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영화처럼 슈퍼맨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정말 믿고 의지할 곳이 신밖에 없는 것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자문해보자.

아니 최소한 안에 한 명의 생존자라도 있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믿고 기다리는 조그마한 행동이라도 우리는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지금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보험사는 어찌되는지 이런 문제를 다루는 언론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떠나 한생명이라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만 가지고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보여주어야 하는 신뢰의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야야 한다. 어느 학부모의 인터뷰처럼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보자

우리는 첨단을 달린다는 선진국이 아닌가?

이제 이것 때문에 못하고 저것 때문에 못한다고 변명으로 들리는 모든 이야기들은 접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행해봐야 한다.

모든 국민이 답답하지 않게 정부도 군도 언론도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