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는 백제 사람으로 부역의 대상으로 국가의 호적에 편입된 미천한 백성이었지만 자못 의리를 알았다. 그의 아내는 용모가 아름답고 또한 절개를 지키는 행실이 있어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蓋婁王개루왕이 이 말을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였다. “대저 부인의 덕은 비록 지조를 지키고 결백한 것을 제일로 삼지만, 만약 그윽하고 어두우며 사람이 없는 곳에서 교묘한 말로 유혹하면 능히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자 도미가 대답하였다. “무릇 사람의 정이란 헤아리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아내와 같은 사람은 비록 죽더라도 두 마음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이를 시험하여 보기위하여 도미에게 일을 시켜 잡아 두고는 한 명의 가까운 신하로 하여금 거짓으로 왕의 의복을 입고 말을 타고 밤에 그 집에 가게 하였다. 사람을 시켜 왕이 오셨다고 먼저 알리고는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네가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도미와 내기를 하여 너를 얻게 되었다. 내일 너를 맞아들여 궁인으로 삼기로 하였다. 지금부터 네 몸은 내 것이다.”

드디어 난행을 하려하자 부인이 말하였다. “국왕께서는 헛말을 하지 않으실 것이니 제가 어찌 따르지 않으리요! 청컨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에 들어가소서, 제가 옷을 갈아입고 들어가겠습니다.”

물러나와 계집종을 치장시켜 바쳤다. 왕이 후에 속임을 당한 것을 알고는 크게 노하여 왕을 속인 죄로 도미를 처벌하여 두 눈알을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 작은 배에 태워 강에 띄웠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아내를 끌어다가 강제로 음행을 하고자 하니, 부인이 말하였다. “지금 낭군을 이미 잃었으니 홀로 남은 이 한 몸을 스스로 지킬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왕을 모시는 일이라면 어찌 감히 어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월경 중이라서 온 몸이 더러우니 청컨대 다음날 목욕을 하고 오겠습니다.”

왕이 이 말을 믿고 허락하였다. 이에 부인이 곧바로 도망쳐 강어귀에 갔으나 건널 수가 없었다.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니 문득 외로운 배가 물결을 따라 이르렀으므로 이를 타고 泉城島천성도에 다다라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않았었다. 풀뿌리를 캐 씹어 먹으며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의 산산 아래에 이르니 고구려 사람들이 불쌍히 여겼다. 옷과 음식을 구걸하며 구차히 살아 나그네로 일생을 마쳤다.

「삼국사기」권48, 열전에 나오는 얘기다